해묵은 고민에 올해도 괴롭다. KIA 타이거즈의 고질적인 뒷문 문제 때문이다.
타이거즈는 해태제과에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으로 모기업이 바뀐 이후 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과 지난해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두번의 우승 뒤에는 철벽 마무리 투수가 존재했다. 2009년의 유동훈 그리고 2017년 김세현이다.
사실 KIA는 꾸준히 마무리 고민이 있는 팀이다.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불펜 고민, 마무리 문제가 없는 팀이 없다지만 KIA의 경우 꽤 오래 묵은 아킬레스건이다. 2007~2008년 한기주, 2009~2010년 유동훈 이후 매 시즌 마무리 투수 찾기가 최대 고민이었다.
그리고 1시즌 이상 꾸준한 활약을 해준 고정 마무리를 찾지 못했다. 늘 임시방편이 되고 말았다. 2014년에는 불펜 전문 외국인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가 20세이브를 기록했으나 안정감이 떨어져 한 시즌만에 재계약에 실패했고, 2013년에는 선발 요원이었던 앤서니 르루가 마무리로 변신을 하기도 했다. 이 카드 역시 단발성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민이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5년 마무리로 30세이브를 거둔 것이 2009년 유동훈 이후 KIA 투수 최다 세이브였다.
그만큼 KIA에 있어 마무리 자리란 혼돈 그 자체다. 2010년 이후 통산 성적에서 KIA 소속으로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윤석민(42세이브) 뿐이다. 윤석민이 선발 복귀를 선언한 이후로도 마무리 얼굴은 계속 바뀌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임창용이 2016시즌 마무리를 맡기도 했지만, 마흔이 넘은 베테랑인만큼 전성기에 비해 구속과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KIA는 또다시 마무리 교체를 꾀했다. 김윤동, 심동섭 등 기대주인 젊은 투수들도 꾸준히 후보로 거론은 되지만, 이들 중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안정적 활약을 해준 투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반복된다.
'김기태식 리빌딩'에 성공하며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을 때까지만 해도 팀이 어느정도 안정 궤도에 접어든듯 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KIA는 똑같은 문제를 앓고 있다. 지난해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세현이 올해에는 예년만 못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현은 등판때마다 불안한 투구를 계속하다 결국 5일 2군에 내려갔다. 지금 KIA의 마무리는 사실상 임창용이다. 만 42살의 베테랑 투수가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불펜인 셈이다.
결국 유망주 투수들의 더딘 성장 속도와 근원적 해결이 되지 못한 임시방편이 도돌이표 결과를 만들었다. 더 탄탄한 팀이 되기 위해서 '강한 불펜'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타고투저가 심해질 수록 더욱 그렇다. 이제는 제 얼굴을 찾아야 한다. 꾸준한 강팀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