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재훈의 얼굴엔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오르꺼러에게 또 패배. "같은 선수에게 두 번 지고 싶지 않다"며 이를 악물었으나 역부족이었다.
김재훈은 12일 중국 베이징의 캐딜락 아레나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47 무제한급 그랑프리 8강 경기서 아오르꺼러에게 3라운드 33초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졌다. 2015년 12월의 첫 대결에서 1라운드 24초만에 패한 굴욕을 이번엔 벗어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아오르꺼러를 흥분시켜 빈틈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1,2라운드는 잘 버텼다. 아오르꺼러도 이렇다할 기억에 남는 공격이 없었다. 2라운드 중반엔김재훈의 펀치가 아오르꺼러의 안면에 정확히 꽂히기도 했다. 3라운드 초반 난타전 중 아오르꺼러의 니킥에 충격을 받고 결국 쓰러졌고 파운딩을 버티지 못했다. 경기 중 오른팔에 통증을 느껴 3라운드 난타전 때 제대로 펀치를 날리지 못했다고.
김재훈은 경기 후 "사실 며칠 전부터 장염으로 설사를 계속했었다"면서 "경기 전에 웜업을 10분도 못했다. 원투를 때리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강한 상대인 아오르꺼러와의 경기. 게다가 이번 대회의 메인 이벤터로 출전해 부담이 심했다. "사실 내가 메인이벤트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 않는가. 아오르꺼러 때문에 메인이벤트로 치러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많은 작전을 준비했지만 장염 때문에 잘 살리지 못했다. 그가 말한 작전은 "도망가기". 몸무게 30㎏차이 때문에 지난번과 같은 난타전은 피했다. "30㎏ 차이가 나기 때문에 힘의 차이가 있어 난타전을 하게 되면 불리할 거라고 봤다"는 김재훈은 "3라운드를 끝까지 마쳐도 판정에서 졌을 것이다. 차라리 난타전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 패배로 로드FC에서 4연패 중. 그래도 계속 경기에 나가고 싶은 뜻을 비쳤다.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김재훈은 "저를 안좋게 보시는 분들도 나중엔 저를 응원하시도록 만들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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