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타자 가운데 올시즌 한 번도 타순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선수가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지난 11일까지 올시즌 40경기에서 모두 3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날 현재 성적은 타율 3할5리, 3홈런, 19타점이다. 3번 타자로만 나섰는데도 타점이 20개를 넘지 않는다. 팀은 41경기나 치렀다. 타점 순위가 팀내 6위, 전체 39위에 그치고 있다. 3번 타자 치고는 타점수가 현격히 적다.
왜 그럴까. 득점권 타율이 낮기 때문이다. 득점권이란 1-2루, 1-3루, 만루 등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을 말한다. 중심타자가 안타를 치면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기회에서 약하다는 건 팀 공격력이 약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날 현재 박용택의 득점권 타율은 1할9푼5리로 규정타석을 넘긴 61명 가운데 57위다.
박용택 이외에 득점권 타율 1할대 타자들의 타점을 보면 두산 베어스 오재일(0.188) 29개,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0.179) 28개, KT 위즈 윤석민(0.161) 19개,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0.161) 16개 등이다. 그나마 오재일과 김하성은 홈런이 각각 9개, 6개나 된다. 박용택의 홈런수는 3개다. 3번 타순을 독점하고 있지만 클러치 능력과 장타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시즌 시작 후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감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월간 타율이 3월 4할4푼4리, 4월 2할9푼5리, 5월 2할3푼1리다. 5월 들어 득점권 타율은 1할8푼2리(11타수 2안타)로 더 나빠졌다. 지난 11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5-5 동점을 만든 4회초 1사 1,2루의 역전 찬스에서 투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재역전을 한 8회초 2사 2루서 볼넷을 얻어 대량 득점의 기회를 만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용택은 3번 타순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의 믿음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시즌 전 타순을 구상하면서 3번 박용택, 4번 아도니스 가르시아, 5번 김현수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봤다. 좌-우-좌 순서인데다 장타력은 다소 떨어져도 컨택트 능력과 찬스에서 집중력이 뛰어난 타자들을 묶어 놓으면 득점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었다. 특히 김현수가 가세했음에도 박용택을 3번 타자로 내세운 건 그만큼 신뢰가 크기 때문이다. 가르시아가 지난달 부상으로 빠진 이후에도 다른 타순은 변동 폭이 컸지만 3번은 그대로다.
나이를 떠나 박용택은 장점이 많은 타자다. 좌우 유형을 가리지 않고 어떤 투수를 만나도 언제나 안타를 날릴 수 있는 뛰어난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타격을 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나이 30대 중반에 들어선 2012년부터는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자리 관리가 철저하다. 부족한 점이 나타나면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쉬는 날이나 야간에 따로 시간을 내 배트를 들고 훈련장에 나간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선수다.
그러나 올시즌 득점권에서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류 감독이 박용택의 부담을 일정 기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3번 타순에서 흐름이 막히면 도리가 없다. LG 공격의 약점이다. 3번보다는 5번이 부담이 적다"고 했다. 박용택은 지난해 득점권 타율이 3할6푼4리로 시즌 타율 3할4푼4리를 크게 웃돌았다. 상황이 나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