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는 선수는 최대 100명(구단별 10명)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프로 하위순번에 지명된 뒤 대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어느덧 대학 야구는 프로로부터 상처받은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십여년전만 해도 오승환 등 거물급 대학 출신 신인들도 꽤 있었다. 8개 구단에서 10개 구단으로 확대되면서 '될성부른' 선수들은 죄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서 데려간다.
하지만 어디 인생에 기회가 한번 뿐이겠는가. 젊음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누구도 이들의 한계를 규정짓지 못한다. 대학에서도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지난 5일 대학야구 U-리그 전반기 C조 마지막 경기(성균관대-세한대)에서 성균관대 4번 타자 류호승(21)이 솔로 홈런 2개와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대학야구 한경기 3홈런은 2007년 경성대 출신으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김회성(현 한화 이글스) 이후 11년만의 대기록이다.
그날 성균관대의 승리(14대4 콜드게임)를 이끈 투수는 2000년생인 1학년 주승우(18)였다. 주승우는 최근 최고구속 150km를 찍었다. 몇몇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주승우의 피칭을 직접 보고 갔다. 1년 사이 이같은 성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둘 다 프로에서 외면당한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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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승은 대구 상원고 시절부터 팀의 4번 타자였다. 방망이 실력은 확실하지만 송구가 아쉽다는 이유로 3년전 드래프트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가슴속에 상처로 남았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신장은 계속 성장해 1m90, 100kg의 당당한 체구를 갖게 됐다. 약점 보완, 파워 강화, 학업과 야구를 누구보다 열심히 병행했다.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체육특기생 비리는 결과적으로 세상을 바꿔 놓았다. 이 사건이 신호탄이 돼 대학 운동 선수들의 학사과정은 매우 엄격하게 변했다. C학점 이하면 대회에 나갈 수 없다. 성균관대 야구부에서도 최근 3명이 학사경고로 대회 출전을 못했다. 류호승은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간은 한다. 재미도 있다"고 했다. 프로에서 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 하지만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4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정확성에 중점을 뒀지만 올해부터는 장기인 장타력 증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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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수원 성균관대 연습구장에서 류호승은 오후 수업에 들어가기전 약 80개의 배팅볼을 때리며 특타를 했다. 좌-우 98m, 중앙 110m의 외야 펜스를 수도 없이 넘겼다. 타구 몇개는 펜스 위 약 7m 높이의 그물망까지 완전히 넘겨 버렸다.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은 "수년만에 정말 대단한 타자가 나왔다.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괴물 신인' 강백호(KT 위즈)의 고교 시절(서울고) 팀동료였던 우완 투수 주승우는 지난해 프로 신인 드래프트를 잊을 수 없다. 당연히 지명될줄 알고 유니폼까지 갖춰입고 부모님과 함께 드래프트 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서울고 우승을 이끌며 우수투수상까지 받은 주승우였다. 지난해에도 17세 나이에 최고시속 144km를 뿌렸다.
하지만 곽 빈(두산 베어스)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등 역대급 신인풍년 속에 그는 묻혔다. 잠시 힘겨웠지만 '밀레니엄 청년'은 다시 일어섰다.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체중을 불렸다. 구속이 확 올라갔다.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지만 빠른 볼은 피칭 매커니즘과 향후 성장 가능성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한국 대학야구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 졸업후 프로지명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대회는 줄어들고 주말리그는 야구만 놓고보면 실력을 키우기가 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도 이를 이겨내고 성장중인 꿈나무들이 분명 있다. 수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