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서숙향 작가의 새로운 뮤즈가 탄생했다.
이전까지 서숙향 작가의 뮤즈는 공효진이었다.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 서숙향 작가의 히트작에는 공효진이 있었고, 공효진은 허를 찌르는 반전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공블리'에 등극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배턴을 정려원이 이어받으며 '정블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정려원은 서숙향 작가의 신작인 SBS 월화극 '기름진 멜로'에서 단새우 역을 맡았다. 단새우는 재벌 2세이지만 갑질과는 거리가 멀고, 재력과 성품 미모를 모두겸비한 완벽한 여자다. 정려원은 그런 단새우를 엉뚱하고도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시청자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8일 방송된 '기름진 멜로'에서는 단새우의 고단한 하루가 그려졌다. 결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단새우는 결혼식 당일, 부친(이기영)이 경찰에 체포되고 신랑 나오직(이기혁)은 도망가고 말기암 진단까지 받는 비극을 맞이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 인생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 단새우의 곁에는 서풍(준호, 2PM)과 두칠성(장혁)이 있었다. 바람난 여자친구에게 차인데다 호텔 중식당 화룡점정에서도 쫓겨난 서풍은 두칠성의 부하 건달들에게 주방 일을 가르치는 조건으로 헝그리웍을 맡게 됐다. 힘 없이 걸음을 옮기던 그는 단새우와 마주쳤고, 단새우에게 포츈쿠키를 건넸다. 첫 눈에 단새우에게 반해 "내일이 되면 날 가질 기회가 없다"며 결혼을 만류했던 두칠성 또한 단새우의 위기에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정려원은 단새우의 짠한 하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세상 걱정 하나도 없이 행복하게 살아왔던 재벌 2세의 천진난만한 모습부터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해버린 절박한 심경까지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정려원 표 현실연기에 만화적인 이미지가 강한 단새우 또한 사실감을 갖고 생생히 살아 숨쉴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매력은 제대로 살려냈다. 세상이 무서워 펜싱 투구를 쓴다는 단새우의 엉뚱한 사차원 매력을 밝고 유쾌하게 보여주며 호감도를 올린 것이다. 짠하고도 웃긴 정려원 표 단짠 연기는 뻔한 캔디 캐릭터까지 색다르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정려원의 로맨틱 코미디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내 이름은 김삼순'과 '풍선껌' 등의 작품이 있긴 했지만, 두 작품 모두 멜로 혹은 로맨스 드라마의 성격을 더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라 정의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더욱이 정려원의 경우 '샐러리맨 초한지' '마녀의 법정' 등 강하고 도도한 캐릭터로 큰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본격 로맨틱 코미디는 그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었을 터다. 그러나 정려원은 특유의 현실 연기로 캐릭터의 맛을 살리며 종 잡을 수 없는 '기름진 멜로'를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이제 시청자들도 '기름진 멜로'에 대한 충격과 의구심을 거두고 정려원과 준호 장혁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있다.
이쯤되면 서숙향 작가의 새로운 뮤즈가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할 터다. 정려원의 사랑스러운 변신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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