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럴만 했다. 명성과 예산, 모두 비교가 되지 않았다. 레제르비에는 3부리그에서 뛰고 있다. 3부리그에서도 하위권이다. 파리생제르맹(PSG)은 올 시즌에도 프랑스 리그1 우승을 차지한 명문 중의 명문이다. 돈은 상대가 되질 않는다. 레제르비에의 1년 예산은 200만유로(약 25억원)에 불과하다. PSG는 5억4000만유로, 약 6912억원에 달한다. 무려 270배나 차이가 난다. 레제르비에의 1년 예산은 올 시즌 PSG 유니폼을 입은 네이마르의 16일치 연봉 밖에 되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도, 승부에 '절대'는 없었다. 인구 1만6000여명에 불과한 레제르비에는 인구의 10%에 달하는 1674명의 관중이 찾았다. 스테판 마살라 레제르비에 감독은 "확률로 경기를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끝내 기적은 없었다. PSG는 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북부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레제르비에를 2대0으로 꺾었다. 컵대회 4연패(2014~2015, 2015~2016, 2016~2017, 2017~2018시즌)와 더불어 통산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FA컵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PSG는 프랑스컵까지 제패하면서 미니 트레블을 달성했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PSG는 73%의 점유율을 앞세워 레제르비에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슈팅수도 29대5였다. PSG는 전반 2분 티아고 모타의 패스를 받은 지오반니 로 첼소가 기습적인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29분에는 에딘손 카바니가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레제르비에의 투혼은 대단했다. PSG의 스타 공격수들을 상대로 2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레제르비에는 1999~2000시즌 프랑스컵에서 준우승한 4부리그 칼레의 기적을 재연하며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부상에서 회복한 PSG의 네이마르는 이날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해 챔피언 메달을 목에 걸고 동료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