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완벽투다. LG 트윈스의 셋업맨 김지용이 팀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창원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김지용은 6회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무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해 모창민 최준식 그리고 김성욱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2일 NC전에서도 1⅓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2승1패6홀드-평균자책점 0.69로 LG 투수 중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다.
류중일 감독은 그의 호투 원인을 '공끝'에서 찾았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1.7㎞로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생각보다 공 끝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공 끝이 좋다는 것은 같은 구속이라도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두산 베어스 유희관을 예로 들며 "볼스피드는 느리지만 타자가 느끼는 볼 끝이 좋지 않나. 김지용도 그런 케이스인 것 같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도 그런 류의 투수에 속한다. 류 감독은 "장원삼도 140㎞ 초중반의 공을 던지지만 좋았을 때는 굉장히 좋았다. 배영수도 팔꿈치 수술 전에는 강속구 투수였지만 지금은 제구로 활약하고 있다. 공 끝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지용이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속을 더 끌어올려야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해 142㎞이던 구속은 현재 살짝 떨어져 있다. 김지용이 3승4패17홀드-3.57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던 2016년에는 142.2㎞였다. 조금씩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 류감독은 "그래도 직구가 빨라야 변화구로 타자를 속일 수 있다. 지금 구속보다 더 떨어지면 힘들어진다"고 했다.
김지용은 유희관과 다르게 불펜 투수라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발 유희관의 공은 몇이닝을 계속봐야해서 타자들이 익숙해질 수 있지만 구원투수인 김지용은 길어야 2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가 타자들이 적응할 시간이 없다.
사실 김지용은 지난 시즌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4승3패3세이브8홀드-5.09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김지웅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동현 임정우 등 시즌 초반 필승조로 구상됐던 이들이 전력에서 이탈하며 김지용의 역할은 더 커졌다. 그리고 이제 정찬헌의 마무리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김지용의 올 시즌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