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앞두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3루쪽에서 혼자 타격 연습을 하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한화의 주전 포수 최재훈이다.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최재훈의 개인 훈련이 빛을 발할 기회는 잃었지만 코칭 스태프들은 그의 노력을 흐뭇해했다.
한용덕 감독은 이날 "내가 지성준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지성준만 편애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 웃으며 "그러면 (최)재훈이가 섭섭해한다. 우리 팀의 주전포수는 최재훈이다"라고 못박았다. 한 감독은 지난 해까지 두산 베어스의 수석코치로 있으면서 최재훈이 한화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그를 봐왔다. 그리고 한화로 부임해와 다시 그를 만났다. 한 감독은 "최재훈은 정말 야무진 선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이 최재훈 같이 안되면 혼자 따로 연습이라도 해서 되게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들어 최재훈의 타격은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3일 롯데전에서는 2루타 2개를 때려내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됐지만 4일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그래서 5일 경기 전 홀로 개인 타격훈련을 한 것.
한 감독은 최재훈을 보며 "저렇게 비 맞고 연습하지 말라고 개인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타격 연습장을 1루쪽 내야와 외야 경계 사이에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타격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가서 훈련하라는 것이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홈과 원정 불펜이 원정측 외야에 붙어있는 조금은 기형적인(?) 구조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사실 우리도 내야와 외야 경계에 실내 불펜이 있었다"며 "불펜을 외부에 만드려고 외야 쪽으로 이동했다. 예전 실내 불펜이 있던 자리는 비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빈공간에 실내 타격 연습장을 만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감독님이 요청하셔서 그 자리에 실내 타격 연습장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던져주는 투수만 있다면 타격 연습을 할 수는 있다. 피칭머신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라고 했다.
아직은 예전 한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144경기 중 이제 갓 1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래도 차근차근 변화하고 있는 한화의 모습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