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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의 부상, 최원준 성장의 밑거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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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공에 맞는 이범호와 그걸 지켜보는 KIA 타이거즈 벤치 그리고 심지어 그 공을 던진 넥센 히어로즈의 젊은 선발 최원태까지도.

하지만 결국 사달은 나고야 말았다. 이범호는 6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경기 때 7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1회말 2사 만루에 나온 첫 타석에서 오른쪽 손목 부근을 공에 맞았다. 최원태의 2구째를 치려고 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공이 오른쪽 손목의 약간 위쪽에 꽂혔다. 큰 충격에 쓰러진 이범호는 결국 교체됐고, 곧바로 구단 지정병원인 광주 선한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 검진을 받았다.

오른쪽 약지 중수골 미세골절. 병원에서 나온 진단은 이랬다. 네째 손가락의 뿌리 격이라 할 수 있는 중수골에 약간의 실금이 갔다는 것이다. 병원측에 따르면 반깁스를 한 이범호의 회복에는 약 4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4주가 적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나마 완전 골절이나 복합 골절이 아닌 점은 천만다행이다. KIA 관계자는 "미세한 실금이라 예상보다 빨리 치료가 될 수도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틀린 기대는 아니다. 그리고 이 바람이 실제로 이뤄져 이범호가 4주보다 일찍 복귀한다면 KIA의 전력도 그만큼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병원에서 예상한 완치 기간이 대부분 들어맞는다. 다시 말하면 KIA는 향후 최소 4주간 동안 '이범호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범호는 팀의 공수에서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어쨌든 부상은 이미 벌어진 일이라서 당장 그 공백을 메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연 누가 KIA의 핫코너를 책임지는 동시에 하위타선에서 때때로 공격의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현재 1군 엔트리를 보면 정성훈과 최원태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들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중 베테랑 정성훈은 비록 최근 수 년간은 나이와 부상 등의 문제로 3루 수비를 내려놨으나 KIA 합류 이후 다시 수비 감각을 날카롭게 조율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이범호 대신 3루를 맡게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원준은 정성훈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비율로 3루수 출장 기회를 얻게될 듯 하다. 공수에서 현재 기량도 좋은 편이지만, 잠재력이 워낙 커 이번 기회를 통해 경험을 많이 쌓는다면 차세대 주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 KIA 벤치도 그래서 최원준의 젊은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선배의 아픈 부상이 후배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구조는 너무 비정하다. 최원준도 결코, 꿈에서라도 이범호가 다치길 바라진 않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범호도 빨리 나아야 하겠지만, 최원준은 어렵게 얻은 기회를 본격적인 성장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충분히 부여받을 것이다. 기량발전의 열쇠는 최원준 본인에게 달려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