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권토중래를 노리는 에릭 해커(35)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해커는 각 팀의 대체 용병 영입리스트 맨앞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검증된 베테랑이다. NC의 재계약 불가 결정으로 해커의 몸 상태와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다소 오해도 있었다. 시즌 개막 이후 각팀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엇갈리면서 그의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해커는 지난해 NC에서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160⅓이닝)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NC가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재계약 의사없음)시켰을 때만 해도 타팀으로부터 금방 영입콜을 받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야구 진출도 여의치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어렵고, 마이너리그 계약은 베테랑에게는 메리트가 없다. 연봉은 박하고 향후 빅리그 기약도 희박하다. 해커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야구에 대한 애정과 개인훈련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해커는 5년간 다승왕을 포함해 56승34패, 평균자책점 3.52을 기록했다.
NC는 해커를 포기하면서 젊은 선수들로 수년간 같이 가겠다는 구단의 비전을 강조했다. NC는 제프 맨쉽(33)과 해커 대신 로건 베렛(28)과 왕웨이중(26)을 영입했다. 변화를 꾀했는데 초반 출발은 좋다.
해커의 재계약 불발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팔꿈치에 대한 불안과 개인적인 성향(루틴 집착) 정도다. NC 관계자는 "해커의 부상이 심각했던 것은 아니다. 복귀후 구위는 괜찮았다. 루틴은 선수마다 다르다. 해커가 팔꿈치를 다치면서 좀더 철저하게 자신의 몸관리에 신경을 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6년 한달여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복귀 뒤 정상적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선 4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연기되면서 코칭스태프로부터 등판 의사를 타진받았지만 자신의 루틴을 강조했다. 결국 5차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 선발승을 기록하며 준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커의 팔꿈치 상태는 큰 변수지만 지난해 10월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상적인 등판을 한 셈이다. 오히려 실전감각이 문제가 될수 있다.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해커는 미국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캐치볼, 불펜등판, 라이브피칭 등 개인훈련을 꾸준히 수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느 시즌준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팀에서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베테랑이어서 적응이 빠르겠지만 실전 체력은 분명 문제다.
개인주의 성향은 큰 문제는 아니다. 투수들은 야수들과 달리 홀로 경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NC관계자는 "해커는 자기관리가 좀더 철저한 선수일 뿐 팀플레이를 해치는 선수가 아니다. 팬서비스도 좋다"고 말했다. 35세라는 나이도 걸림돌이지만 향후 1~2년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외국인 선수 3명의 팀내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을야구서 맹활약하는 팀은 예외없이 펄펄 나는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김인식 KBO총재 고문은 최근 "외국인 선수 3명이 팀전력의 50%"라고까지 했다. 국내선수들의 전력 차는 단시간에 바뀌지 않지만 외국인 선수는 영입에 따라 실력 차가 크다는 의미다.
특히 기둥 선발로 활약하는 외국인 투수는 팀성적 키다. 올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활약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는 154km 강속구에 147km 컷패스트볼로 무장하며 2승을 올리고 있다. 한화 이글스 키버스 샘슨은 152km 강속구에도 불구하고 2패로 부진하다. 삼성 라이온즈 리살베르토 보니야의 경우 시범경기와 첫 출전에서 최악 성적을 거둬 두번째 등판이 미뤄지기도 했다.
해커가 다시 한국땅을 밟는다면 5월이 유력하다. 4월은 외국인 선수 적응기다. 6월까지 기다리면 허비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