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3연패에 빠져있었던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 위에 선 스물다섯살 투수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2차전. 롯데는 '영건' 김원중을 선발로 내세웠다. 더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SK 와이번스와 만난 개막 2연전에서 펠릭스 듀브론트와 윤성빈을 내세웠지만 2경기 모두 패했고, 27일 두산과의 첫 경기에서 브룩스 레일리마저 무너진 상황이었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내용이 최악은 아니었어도, 타선이 침체되어 있어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김원중의 차례가 돌아왔다. 이날 김원중은 타자들이 1회초부터 2점을 내주면서 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작했다. 1회말 몸에 맞는 볼과 안타로 1실점을 하긴 했지만,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2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고, 3회 김재환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사 1루에서 김재환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높아 우월 투런포가 된 것은 연신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원중은 다음 타자 양의지를 내야 땅볼 처리했고, 오재일의 타구때 3루수 한동희의 실책이 나왔지만 지미 파레디스까지 범타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쾌투는 계속 이어졌다. 4회와 5회 두산 타선을 완전히 잠재우며 추격을 따돌린 김원중은 5이닝 2안타(1홈런) 5탈삼진 4볼넷 3실점의 기록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익숙한 활약이다. 김원중은 지난해 시즌 초반에도 롯데의 안좋은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했다. 롯데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15연패라는 수모에 빠져있을때, 지난해 4월 1일 경기에서 김원중이 선발로 나서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당시 김원중은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었다. 개막전 시리즈 중 거둔 롯데의 시즌 첫승이었다. 또 브룩스 레일리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젊은 투수의 호투는 팀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김원중은 지난 시즌 두번째 등판에서도 LG 트윈스를 상대해 6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QS)'에 성공하며, 자칫 팀의 분위기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값진 투구를 했었다.
물론 아직 젊은 선수인만큼 기복이 있다. 지난 시즌에도 잘 던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격차가 무척 컸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도 멘탈과 체력적인 측면을 보강하는데 집중했다. 또 시즌 초반 박세웅이 팔꿈치 통증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김원중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비록 이날 팀은 김원중의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했지만, 김원중이 앞으로도 첫 등판만큼만 해준다면 롯데도 당분간 근심을 덜 수 있다. 윤성빈, 김원중 등 젊은 투수들의 호투는 개막 4연패에 빠진 롯데가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위안거리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