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한라가 김원중의 해트트릭 맹활약에 힘입어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3연속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안양 한라는 24일 오후 3시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파이널(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결승골 포함, 3골을 몰아친 주장 김원중의 결정력을 앞세워 오지 이글스에 5대3으로 승리했다.
2006년 아시아리그에 데뷔, 12번째 시즌(상무 포함)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 김원중의 '인생 경기'가 펼쳐진 날이었다. 2011~2012 시즌을 끝으로 6년간 플레이오프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던 김원중은 1-1로 맞선 1피리어드 5분 10초에 첫 골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2피리어드 14분 55초와 3피리어드 12분 33초에 거푸 골 네트를 가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3골 모두 쫓기는 상황에 몰린 팀에 숨통을 틔는 알토란 같은 득점으로, 김원중은 이날 '게임 체인저'의 진수를 확인시키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김원중은 전형적인 골잡이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부지런히 뛰며 궂은 일을 잘 소화하고 팀에 헌신하는 유형의 선수로, 주로 3~4라인 라이트 윙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패트릭 마르티넥 감독은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김원중을 1라인 라이트 윙으로 올려 김기성(센터)-김상욱(레프트 윙)과 함께 기용하고 있다.
마르티넥 감독의 용병술은 기막히게 적중하고 있다. 김원중은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2대1 승)과 4차전(3대1 승)에서 잇달아 어시스트 1개를 올리며 팀의 4년 연속 파이널 진출에 공헌했고, 24일 오지 이글스와의 파이널 1차전에서 3골을 터트리는 '원맨쇼'로 팀에 천금의 승리를 안겼다.
안양 한라는 경기 시작 2분 30초 만에 터진 박우상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오지 이글스는 1피리어드 7분 2초에 마사토 도메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오지 이글스를 상대로 안양 한라는 1피리어드 유효 슈팅 수에서 12대 2로 몰릴 정도로 고전했다.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던 2피리어드 5분 10초에 김상욱-김기성-김원중이 그림 같은 골을 합작해냈다. 오펜시브존에서 김상욱이 따낸 퍽이 김기성에게 연결됐고, 문전으로 향하며 차분하게 패스 타이밍을 엿보던 김기성이 골 크리스 오른쪽으로 찌른 퍽을 김원중이 가볍게 방향을 바꿔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안양 한라는 2피리어드 8분 58초와 10분 1초에 거듭 마이너 페널티(2분간 퇴장)가 나오며 58초 간 3대 5 수적 열세에 몰린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으며 잘 버텼고, 큰 고비를 넘긴 직후 김원중의 득점포가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김원중은 2피리어드 14분 55초에 에릭 리건-조민호로 연결된 패스를 오펜시브존 왼쪽 서클에서 통렬한 원타이머로 마무리, 경기 흐름을 안양 한라 쪽으로 돌려놨다.
오지 이글스가 3피리어드 6분 42초에 하시모토 료의 만회골로 다시 따라붙자 이날 완벽한 호흡을 보인 안양 한라의 1라인이 또 다시 골을 합작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김기성-김상욱과 톱니 바퀴 맞물리듯 원활한 호흡을 보인 김원중은 3피리어드 12분 55초에 김기성-김상욱으로 연결된 패스를 받아 하이 슬럿으로 침투하며 날카로운 리스트샷을 날려 4-2로 점수 차를 벌렸다. 2006년 아시아리그 데뷔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달성한 첫 번째 해트트릭. 오지이글스는 경기 종료 1분 11초를 남기고 하시모토 료의 득점으로 다시 한 골 차로 좁혀 들어왔고 골리를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며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안양 한라는 종료 25초 전 김기성의 엠티넷 골(상대 골리가 빠진 상황에서의 득점)로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원중(3골)-김기성(1골 2어시스트)-김상욱(3어시스트)로 이뤄진 안양 한라 1라인은 9포인트를 합작하며 맹위를 떨쳤고 한라의 수호신 맷 달튼은 22세이브로 승리를 지켜냈다. 플레이오프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김원중은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중요한 경기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라인 메이트인 김기성과 김상욱이 좋은 패스를 내줬고 운이 따르며 해트트릭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집중력을 유지해서 원정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플레이오프 4연승 행진 중인 안양 한라는 25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오지 이글스와 파이널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르고, 26일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3차전은 29일 오후 7시 안양 아이스링크로 장소를 옮겨 속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