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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인터뷰]'63.3km 투혼金'신의현"애국가 약속, 못지키면 비겁한 사람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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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름다운 철인' 신의현(37·창성건설)이 장장 63.3km 기나긴 평창 여정을 마쳤다.

신의현은 18일 오전 평창 알펜시아바이애슬론센터에서 펼쳐진 크로스컨트리 4X2.5km 오픈릴레이에 이정민, 권상현 등과 함께 출전해 24분55초7의 기록으로 전체 12개국 중 8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바이애슬론 7.5km, 12.5km 15km, 크로스컨트리 7.5km, 1.1km 스프린트(예선, 준결선 등 3회),15km, 4X2.5km 오픈릴레이까지 총 63.3km를 달렸고, 이중 크로스컨트리 7.5km 금메달, 15k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패럴림픽 첫 참가 이후 26년만에 따낸 첫 금메달이자, 장애인, 비장애인을 통틀어 노르딕스키에서 대한민국이 따낸 사상 첫 금메달이자 사상 첫 메달이다.

평창동계패럴림픽 마지막날인 이날, 경기장에는 금메달리스트 신의현과 장애인선수들의 마지막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하기 위해 만원 관중이 몰렸다. 이른 아침부터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모든 레이스를 마친 신의현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평창패럴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소감을 전했다. 2015년 8월 창성건설 장애인노르딕스키팀 창단과 함께 시작한 크로스컨트리에서 불과 2년 7개월만에 금메달의 기적을 쓴 데 대해 "낭떠러지에 선 느낌이라 전쟁터에 나가서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죽을 힘을 다했다"고 했다. 그를 금메달로 이끈 힘은 책임감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었다. "동메달을 딴 후 (인터뷰에서) 애국가 들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나니까 잠이 안오더라.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비겁한 사람이 될까봐 잠이 안오더라. 그 약속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기어이 금메달의 약속을 지킨 철인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아래는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해준 '아름다운 철인' 신의현과의 믹스트존 마지막 인터뷰 전문이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오늘로서 패럴림픽 모든 레이스를 마쳤다. 소감은?

▶마지막까지 많이 응원와주셔서 힘을 얻어서 잘 마쳤다. 감동 받았다. 아쉽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고 지난일은 지난일이니까, 이제 즐기고 싶다.

-어제 금메달 따고, 잠은 잘 잤는지

▶기분이 좋으니까 또 잠이 안오더라. 조금 늦게 잤다.

-금메달 만져보니 어땠나.

▶실감이 나고, 금메달 무겁더라.

-어제 가족들과 저녁식사하셨다고 들었다.

▶고기 먹었는데 오랜만에 많이 먹으니 잘 안들어가더라.

-집밥 생각이 날 것같다.

▶집에 가서 김치찌개 맛있을 것같다. 육회에 김치찌개 소주 한잔 먹고싶다. 맥주는 가끔했는데 소주는 운동 때문에 끊은 지 오래 됐다. 딱 며칠만 친구들과 어울려서 주정뱅이 한번 해야겠다.

-메달 못땄을 때 따님이 울었다.

▶아이가 어려서 그렇다. 울 일까지는 아닌데 성장해나가면 좋아질 것이다.(웃음)

-동메달 따고 정진완 총감독(이천훈련원장) 등 선수단과 주변에서 금메달 안따도 된다고 했는데, 본인은 인터뷰 때마다 금메달 따겠다고 하더라.

▶정진완 원장님이 안 따도 돼 하는 말씀이 더 부담된다.(웃음) 안따도 돼, 하면서 수염도 안깎고 계시고, 수염 깎으시니 시원하더라.(웃음) 마지막까지 오니까 부담도 가지만 낭떠러지에 선 느낌이라 전쟁터에 나가서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죽을 힘을 다해 했다. 제가 간절했다. (인터뷰에서) 애국가 들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나니까 잠이 안오더라.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비겁한 사람 될 까봐 잠이 안오더라. 그 약속이 마음에 걸렸다.

-금메달 따고 배동현 선수단장님(창성건설 대표)과 처음 나눈 이야기는

▶단장님이 우셨다. 고생했다 하셔서 저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단장님이 여건을 마련해주시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같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금메달의 기적을 이룬 이유는?

▶어렵게 죽다 살아나서 인생의 낭떠러지에도 떨어져봤고, 그 기억이 있기 때문에 훈련하면서도 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달렸다. 가족 생각도 하면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크로스컨트리에 필요한 힘은 시골 출신(충남 공주)이라 부모님 일손 돕고 용돈 벌려고 열심히 일한 게 도움이 됐다.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선수들이 다양한 종목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에게 한마디.

▶도전을 권하고 싶다. 도전해서 노력한다면 꿈은 이뤄진다. 안될 게 없다.

-농구, 하키, 크로스컨트리 다양한 종목을 하다 크로스컨트리에서 패럴림픽 첫 금메달을 땄는데.

▶저는 하키가 적성에 맞는다. 와일드한 거, 부딪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게 맞는다. 격투기로 갔어야하는데 (웃음) 크로스컨트리는 근성으로 했다.

-오늘까지일주일간 63km를 달렸다. 힘들지 않은지.

▶하루에도 60킬로 이상 훈련했다. 육체적으로는 괜찮은데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애국가 들려드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웃음).

-신의현에게 크로스컨트리란?

▶제 인생을 바꿔놓은 종목이다. 심장을 뛰게하는 스포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