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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제주의 부진, 뼈를 깎는 리빌딩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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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주는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4차전 홈 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지난 6일 광저우와의 3차전에서 3대5로 패하며 조 최하위로 떨어진 제주는 이번에도 쓴 잔을 마셨다. ACL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수비 밸런스를 잡는 동시에 공격에 무게를 싣겠다"고 했다. 3차전 패배의 교훈이었다. 3차전 당시 제주는 지나치게 내려 앉은 플레이로 광저우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2골을 먼저 넣었음에도 5골을 내리 실점하며 무너졌다.

큰 틀에선 변화가 없었다. 3-5-2 포메이션. 공격진 구성은 달라졌다. 진성욱이 발목 부상을 해 명단에서 제외됐다. 조 감독은 류승우를 마그노의 짝으로 세웠다. 하지만 4차전 경기 양상은 조 감독의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3차전 보다 라인을 끌어올리고 경기를 펼쳤지만,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네마냐 구데이, 정즈로 구성된 광저우 중원에 밀렸다. 상대의 거센 압박에 제주 빌드업은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패스 미스가 많았다. '만들어진 공격'이 없었다. 양 측면 윙백으로 나선 박진포 정다훤이 공수를 오가며 부지런히 뛰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제대로 된 크로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방으로 이어지는 패스도 롱볼 위주였다. 그나마 제주가 만들어낸 위협적인 찬스는 전반 초반 이창민의 아크 정면 중거리 슈팅과 후반 초반 마그노의 슈팅 정도.

수비도 흔들렸다. 제주 스리백은 권한진 조용형 김원일로 구성됐다. 그러나 알란, 굴라트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가오린까지 가세해 3명의 공격수를 앞세운 광저우 헝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제주다운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패배로 제주는 올 시즌 ACL, K리그1 포함 총 6경기에서 1승1무4패. 부진의 긴 터널을 제주가 지나고 있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제주는 전력보강을 최소화한 채 조직력 강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극심한 경기력 부진은 제주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아직 초반이니까'라며 위안을 삼기엔 제주의 경기력은 심히 우려스럽다.

뼈를 깎는 리빌딩이 필요하다. 당장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전술 변화로 탈출구를 모색할 수도 있다. 조 감독이 제주 지휘봉을 잡고 스리백을 정착시킨 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제주는 K리그 준우승도 차지했고, 팀 창단 이래 최초 2년 연속 ACL 진출 위업도 달성했다. 제주의 부흥기를 조 감독이 열었다.

확실한 실적을 실적을 쌓아왔지만 올 시즌 부족함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제주 스리백이 상대에 모두 읽힌 모양새다. 제주를 상대로 섣불리 올라오지 않는다. 제주의 역습이 빛을 발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동시에 부실한 영입으로 지난해보다 전력이 하락했다. 특히 윙백 파괴력이 대폭 약화됐다. 지난해까지 정 운 안현범이 포진, 제주는 K리그 최고의 측면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 두 선수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서 측면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포백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제주 측면을 담당하는 박진포 정다훤은 스리백 보다 포백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원이다. 스리백의 중심축 조용형의 경기력이 예년만 못한 점도 제주의 고민이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제주는 위기다. 비록 시즌 초반이라곤 해도 '반전의 골든타임'은 제주를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