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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벤치 `헤드셋` 사용, 우리에겐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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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에선 벤치의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해왔다. 시대가 디지털 중심적으로 흐르더라도 축구의 순수성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 FIFA의 철학이었다. 판정 논란이 있어도 골라인 판독 기술과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등 FIFA 주관 대회에 전자 기술을 도입하는 건 신중을 기했다. 여러 차례 시범운영을 하면서 도입 시점부터 최대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게 했다.

그런데 FIFA는 2018년 기류를 바꿨다. 91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월드컵 때 벤치에서 전자기기 사용을 허용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벤치에 있는 코칭스태프는 벤치 밖에서 분석된 내용을 헤드셋을 통해 전달받게 된다. 새 규정은 지난달 27~28일 러시아 소치에서 월드컵 출전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열린 '월드컵 세미나'에서 FIFA가 깜짝 발표한 내용이었다.

이 규정의 내용은 이렇다. 감독이 벤치에 설치된 헤드셋으로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와 실시간으로 교신할 수 있다. FIFA는 각 팀에 경기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코칭스태프가 영상을 분석해 감독에게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헤드셋과 태블릿 PC를 나눠주기로 했다. 또 기자석에 각 팀별로 기술스태프 2명과 의무 스태프 1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감독은 기자석의 코칭스태프가 분석한 경기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곧바로 전략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분명 승패를 좌우할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일명 '헤드셋'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 감독의 찌푸린 인상에서 속내를 알 수 있었다. 신 감독은 "한국에는 불리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인 기량이나 신체적인 면에서 상대국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 카운터어택을 날릴 수 있는 한 방을 준비한다. 그 한 방을 날릴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벤치 밖에서 경기 흐름을 상대가 대비해 버리면 분명 불리해질 것이다. FIFA의 깜짝 발표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벤치 밖에서 신 감독에게 전력 분석을 할 스태프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유럽 원정 평가전부터 합류할 스페인 출신 전력분석관과 테블릿 PC를 다룰 줄 아는 코치가 앉을 전망이다. 신 감독은 "새 전력분석관은 경험이 풍부하지만 나이가 많아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전자기기 사용에 능한 스태프가 도와줄 것"이라며 웃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