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에이스의 싸움'
KB스타즈와 신한은행이 '2017~2018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3차전까지 가게 됐다. 11일 열린 1차전에서 KB스타즈가 압승을 거두며 손쉽게 2경기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13일 2차전에서 신한은행이 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두 경기는 역시 에이스의 존재감이 승부를 갈랐다. KB스타즈는 박지수, 그리고 신한은행은 김단비이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두 선수는 득점뿐 아니라 팀의 전반적인 공수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해냈다. 각자의 활약에 따라 팀의 승패가 갈린 것은 물론이다.
1차전은 박지수가 날았다. 박지수는 16득점으로 단타스의 19득점에는 뒤졌지만, 대신 13개의 리바운드와 4개의 블록슛으로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특히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개의 어시스트를 배달, 자신에게 수비가 쏠린 틈을 타서 파생 공격까지 성공시켰다.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이 "박지수는 2년차임에도 불구, 4~5년차 정도가 되는 선수의 노련함까지 갖춘 것 같다. 성장 속도가 남다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지수는 2차전에선 고개를 숙였다. 3쿼터 종료 5분여를 앞두고 4개째 파울로 트러블에 걸리며 벤치로 물러났고, 역전을 당한 4쿼터 시작부터 투입됐지만 경기 종료 7분이나 남은 상황에서 중거리슛을 던진 후 다소 의욕적으로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하다 파울을 저지르며, 경기에서 빠지고 말았다. 이후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빠져나온 신한은행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KB스타즈 골밑을 공략한 것은 당연했다. 정규리그에 1번 5반칙 퇴장을 당한데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에서 일찌감치 코트를 떠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안 감독은 "경기를 하다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위로했지만, 박지수는 벤치로 물러난 후 한동안 수건에 고개를 파묻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1차전에서 완전히 기가 죽었던 김단비는 2차전에선 에이스의 부활을 보여줬다. 3점포 2개를 포함, 23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점수를 꽂아넣지만 그것보다도 8개의 어시스트로 팀 공격을 살리는 역할이 뛰어났다.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은 "김단비가 득점과 리딩을 모두 해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역시 에이스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했다. 40분 내내 뛰게한 것이 미안하지만 리딩가드가 약한 우리팀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3차전에도 체력 부담이 있겠지만, 김단비가 역시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역시 "KB스타즈의 높이를 넘기 위해선 두세발 더 뛰어야 하는 각오였다. 빠른 공수 트래지션을 통해 스피드가 높이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15일 열리는 3차전도 두 선수를 중심으로 하는 높이와 스피드의 대결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단두대 매치'라는 엄혹한 상황이기에 한 명만 웃을 수 있는 것은 에이스의 숙명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