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소공녀' 전고운 감독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는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이솜 분)의 도시 하루살이를 담은 영화 '소공녀' (광화문시네마·모토 제작). 연출을 맡은 전고운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소공녀'는 '1999, 면회'(2013, 김태곤 감독), '족구왕'(2014, 우문기 감독), '범죄의 여왕'(2016, 이요섭 감독)까지 개성 강한 영화를 선보여 영화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독립영화 창작집단이자 떠오르는 흥행 블루칩 광화문시네마가 네 번째로 선보이는 야심작이자 광화문시네마의 대표 전고운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든 작품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 일상의 작은 쉼을 주는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수입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집'을 포기한 3년차 프로 사도우미인 미소(이솜)는 2018년 대표 트렌드인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적 삶을 실천해 가는 젊은 세대들의 라이트 스타일을 대변한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기준의 행복을 좇고 나를 삶을 살아가는 미소의 모습은 '나만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을 대변하면서도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하는 N포 세대의 쓸쓸한 단면을 반영한다.이날 전고운 감독을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쓸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최근 영화에 여성 캐릭터가 너무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만 생기는 고충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소가 남자 선배의 집에 갔을 때 남자 선배의 부모님이 미소를 미소를 보는 게 아니라 '며느리' '와이프가 될 사람'이라고만 바라보는 상황들이 그렇다. 여성을 그냥 특정 존재로 대상화 시키는 거다"며 "똑같은 상황이라도 주인공이 여성으로 치환됐을 때 일어나는 일, 그리고 겪는 것들, 그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 것들이 흥미롭게 읽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가 '여성'이기에 더욱 '엣지' 있었다고 말하며 "술 담배를 즐기는 미소가 남성이었다면 다르게 읽혔을 것 같다. 하지만 미소는 여성이기에 더 엣지 있어 보인다. 어쩌면 여성들을 향한 차별을 역이용한 것 일 수도 있겠다"며 웃었다.
극중 미소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는 남자선배를 향해 '폭력적이다'라는 표현을 쓴다. 강압적인 행동이나 폭행 폭언이 없음에도 남자 선배를 향해 '폭력적'이라고 표현하는 미소의 발언은 여성 관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 포인트. 이러한 장면과 '폭력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전 감독은 "저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완전한 약자라고 생각한다. 강자는 약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돈이 넘쳐나게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의 고충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있는 자들은 없는 자들에게 싸이코패스가 될 수 밖에 없다. 남녀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남성은 여성들이 평생 안고 살아가는 고충들 평생 느끼며 사는 어려움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이어 "이 사회에서 느끼는 어려움, 그리고 극중 선배의 행동이 폭력적이었다는 걸 아는 여성들은 이 영화를 반가워해주시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 감독은 극중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안재홍)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전했다. 미소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한솔에 대해 "한솔이는 착한 게 아니다. 그냥 마초가 아닌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솔이는 제가 생각하기에 괜찮은 남성상이다. 한솔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여성의 애교같은 이상한 여성성을 강요하지 않지 않나. 남성성으로 여성을 누르려 하지 않고 그냥 미소를 있는 그대로 보고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공녀'에는 이솜, 안재홍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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