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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권 함부르크, 팬들 '다 죽이겠다' 협박 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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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 선수단은 최근 밤잠을 설칠 듯 하다.

AFP통신은 12일(한국시각) '11일 함부르크의 폴크스파크스타디온에 걸린 걸개를 두고 독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걸개에는 '너희들의 시간은 끝났다. 모두 죽이겠다'라는 섬뜩한 글귀와 함께 검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AFP는 '걸개는 함부르크가 이날 알리안츠아레나에서 펼쳐진 바이에른 뮌헨과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0대6으로 참패한 뒤 내걸렸다'고 설명했다.

함부르크 팬들의 '협박 걸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 레버쿠젠전에서는 '거리를 쫓아다니며 너희들을 사냥하겠다'는 걸개가 걸렸고, 지난 10일 마인츠전에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너희들, 고마워'라는 글귀가 경기장 한켠에 걸렸다. 13일 현재 전체 18팀 중 17위에 그치고 있는 팀의 현실에 대한 비아냥과 분노가 담겨 있지만 자극제가 되길 바라는 절망적인 염원도 있다고 볼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에도 함부르크는 13경기(5무8패) 연속 무승이라는 처참한 성적 속에 추락하고 있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협박'의 수준도 점점 섬뜩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함부르크 구단 측이 세 번째 걸개가 내걸린 뒤 경기장 경비 인력을 3배로 늘렸다'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함부르크는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손흥민이 뛴 팀으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887년 SC게르마니아로 창단해 1919년 함부르크로 명칭을 변경한 뒤 줄곧 역사를 이어오면서 분데스리가 최장수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명문구단이다. 분데스리가(6회), 포칼(3회) 뿐만 아니라 유러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1회), 유럽축구연맹(UEFA)컵(현 유로파리그·1회) 등 숱한 우승 기록을 썼을 뿐만 아니라 1919년 함부르크로 명칭을 바꾼 이래 줄곧 1부리그에서만 시즌을 보냈다. 찬란한 역사를 지키지 못한 채 2부 강등의 운명을 받아들게 된 팬들 입장에선 울분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그 8경기를 남겨둔 현재 함부르크는 승점 18로 강등 탈출권인 15위 볼프스부르크(승점 25)와 7점차다. 남은 일정상 운명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홈구장에 내걸린 '협박 걸개'는 반전을 염원하는 팬들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한편, 독일 스포츠지 키커는 '함부르크가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베른트 홀러바흐 감독 대신 21세 이하(U-21)팀을 지휘 중인 크리스티안 틸츠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