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타점보다 출루에 집중하겠다."
4번 타자는 '해결사'의 자리다. 그러나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때로는 동료를 믿고 기회를 넘기는 게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의 올 시즌 목표는 '화려한 주연'이 아닌 '헌신적인 조연'이다. 그러는 편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최형우는 지난 2월1일부터 37일간 진행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성공리에 마치고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KIA 동료들과 함께 입국했다. 평소보다 더욱 까무잡잡하게 탄 얼굴과 날렵해진 턱선이 그가 캠프 훈련에 매진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최형우는 이번 캠프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캠프"라고 하는 데 반해 최형우는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 것. 이유는 캠프 초반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캠프 초반 날씨도 춥고 허리 상태도 좋지 못해 정상적으로 훈련량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연습경기에도 3번만 치렀다"면서 "그나마 캠프 막바지 들어 몸상태가 회복되면서 훈련에 몰입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태이고, 평소대비 80~90% 정도까지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토록 솔직히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최형우는 현재의 몸 상태와 올 시즌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솔직한 답변을 할 수 있다. 그는 "올해도 작년과 크게 다를 건 없다. 책임감이라는 건 겉으로 드러내거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가슴 속에 담고 있는 것이다. 캠프를 통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마음에 새겼다"고 말했다.
이어 최형우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일단 작년에 못했던 30홈런은 넘어서고 싶다. 그러나 올해 굳이 타점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동료들을 믿고 보다 많이 출루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출루율을 높이면 우리 팀에 좋은 타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더 득점이 많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팀 차원에서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주연보다 조연을 자처한 것이다. 최형우는 자기가 한 말은 지키는 남자다. 올해 최형우의 헌신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