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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컬링]평창올림픽은 컬링으로 시작해 컬링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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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컬링이다. 2014년 소치 대회를 통해 팬들에게 알려진 컬링은 이번 대회를 통해 활짝 꽃을 피웠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자원봉사자 처우 문제, 노로바이러스 등 각종 논란 속 확산되던 부정적 기류를 바꾼 것이 바로 컬링이었다. 공식 개막일(9일) 하루 앞서 예선에 나선 장혜지(21)-이기정(23)조는 핀란드를 9대4로 제압하며 한국에 첫 승전보를 안겼다.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하나둘씩 컬링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오빠 라인 좋아요"라는 유행어와 함께, 장혜지-이기정조는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강호들과 맞서 싸웠다. 역시 첫날 펼쳐졌던 2차전 '우승후보' 중국과의 경기에서 선전 끝에 석패(7대8 패)하자 이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장혜지-이기정조는 초반 이슈몰이의 중심이었다. 강릉컬링센터는 매경기 90%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보였고, 시청률은 6% 이상이 나왔다. 잠잠하던 분위기 속,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폭발적 인기에 세계컬링연맹은 다음 대회 믹스더블 참가국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장혜지-이기정은 비록 2승5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강호' 러시아 등과 접전을 펼치며 가능성을 알렸다. "컬링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장혜지-이기정의 바람대로, 팬들에게 컬링의 묘미를 제대로 알리는데 성공했다.

바통은 4인조 컬링이 이어받았다. 의성의 마늘소녀들이 이끈 '팀 킴'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메달 가능성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주목을 받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으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예고했다. 여자 대표팀은 '세계 최강' 캐나다를 맞아 8대6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곧바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5대7로 패했지만,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이 후, 파죽지세였다.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맞아 내리 7연승을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국민적 인기도 폭발했다. 안경을 쓰고 무표정하게 스톤을 드로우하는 '스킵' 김은정은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얻었고, 경기 중 외치는 '영미야'는 이번 대회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면 모든 이슈가 컬링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러한 인기 속 외신들도 주목했다. 타임지는 미국의 동계올림픽 스타인 "린지 본과 애덤 리폰은 잊으라"며 "평창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라고 치켜세웠고 월스트리트 저널도 한국 여자 선수들이 강릉컬링센터를 예상치 못한 영웅들의 무대로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절정은 일본과의 4강전이었다. 일찌감치 표가 매진되고, 내외신 기자들로 기자석이 모자라는 등 폭발적인 관심 속 치러진 4강전에서 한국은 김은정의 끝내기 드로우로 연장 끝 8대7 승리를 거뒀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사상 첫 결승행에 대한민국이 열광했다. 컬링이 이번 대회 최고 인기종목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경기 하루 전부터 '컬링 결승시간'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온 국민의 관심이 컬링으로 향했다. 여자 대표팀은 그 관심에 100%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컬링은 사상 첫 은메달이라는 신화를 쓰며 위대한 도전을 마쳤다.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빛났던 은메달이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컬링으로 시작해 컬링으로 끝났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