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베이징 가고 싶다."
돌아온 모태범은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희망을 쏘아올렸다. 4년 후 베이징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모태범은 19일 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 남자 500m 11조 아웃코스에서 폴란드 피오트르 미칼스키와 맞붙었다. 10조에서 소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얀 스미켄스가 34초93, 1위로 레이스를 마친 직후다. 모태범이 스타트라인에 들어서자 안방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강릉오벌을 가득 메웠다. 100m 구간을 9초61에 통과했다. 500m 피니시라인을 35초15에 통과했다. 12위를 기록, 노메달에 그쳤다.
남자 500m 세계최고기록은 33초98, 올림픽 신기록은 34초42다.
모태범은 4년전 소치올림픽 후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1-2차 시기, 69초69,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고도 4위에 머물렀다. 절친 이상화는 여자 500m 2연패에 성공했고, 이승훈은 팀추월 은메달을 따냈다. 모태범은 '밴쿠버 금메달 삼총사' 중 유일하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더 좋은 기록을 냈는데 왜 메달은 오지 않을까. 허무했다. 그렇게 사랑하던 스케이트를 잠시 내려놓았다. 84㎏ 남짓하던 몸무게는 한때 107㎏를 찍었다.
평창올림픽 시즌, '에이스' 모태범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를 악문 지옥훈련 끝에 20㎏을 감량했다. 84kg, 소치올림픽 직전 체중을 되찾았다. '안방' 평창올림픽에서 주종목인 500-1000m 2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두 종목에 출전하는 것은 나 혼자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생각했다"며 싱긋 웃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다음은 모태범 일문일답
-잘 탔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많이 힘들었다. 그것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감회는.
▶아직도 조금 더 노력하면 가능할 거 같다. 자신에게 약속했다.
-많이 좋아진 건가.
▶2014년도 이후 많이 부진했다. 몸 관리를 잘 못했다. 주니어 때 기록 탔는데 벗어났다.
-옛날 느낌이 난다.
▶많이 떨렸다. 주변에서 후배들이 잘 해줬다. 후배들 축하하고 싶다.
-홈팬들 응원
▶이런 큰 함성은 네덜란드에서만 느껴봤다. 우리 홈팬들 응원들 큰 힘이 됐다. 100m 좋았다. 그게 다 였다.
-차민규를 보면서.
▶차민규도 쇼트에서 전향했다. 정말 아쉽게 2등했다. 우리가 500m 강국이었다. 후배들이 잘 해줘서 뿌듯하다.
-7년전 생각 난다.
▶밴쿠버대회 생각났다. 우리나라가 기죽지 않아도 된다. 다른 나라에서 견제할 거 같다.
-4년 후 기대된다.
▶아 베이징, 지금은 좀 쉬고 싶다. 다른 나라 경쟁자들도 나이대가 비슷하다. 나도 베이징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