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영국 런던)=조성준 통신원]날카로운 크로스 그리고 그를 위한 맞춤 부분전술. 토트넘이 아스널을 잡아낸 키포인트였다.
토트넘이 10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3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토트넘은 결과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 배경에는 포체티노 감독의 부분 전술 변화가 있었다. 손흥민이 있는 측면 쪽을 넓게 활용하여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시도였는데, 이는 확실히 맞아 들어갔다.
▶팽팽했던 초반
경기 초반은 매우 팽팽했다. 두 팀 모두 팀에서 활용 가능한 최고의 베스트 11으로 펼친 경기 다웠다. 누가 우세를 점한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 두 팀 모두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하며, 상대 수비의 허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토트넘은 왼쪽, 아스널은 오른쪽을 특히 집중 공략하며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날카로운 공격만큼 양 팀의 수비 역시 탄탄했다. 9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내뿜는 뜨거운 분위기에도 양 팀의 수비수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 연이어 올라온 크로스들을 무리 없이 처리해내며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맞는 경우는 없었다.
▶크로스 그리고 손흥민의 위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토트넘이 기세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승패는 크로스의 질에서 갈렸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전술적인 선택이 있었다. 평소 손흥민과 에릭센을 좌우 윙으로 기용하는 토트넘은 비교적 좌우 폭을 좁게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에릭센은 포지션만 측면으로 출전할 뿐 사실상 중앙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웠다. 해리 케인의 바로 밑에서 볼을 받아 찬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왔다. 손흥민 역시 다소 중앙으로 들어와 케인과 델레 알리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짧은 패스들을 통해 경기를 펼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손흥민은 평소보다 더욱 눈에 띄게 측면으로 벌려 움직였다. 거의 터치라인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고 볼을 받았다. 경기 초반부터 수 차례 일대일 돌파를 시도했고, 이로 인해 아스널의 오른쪽 수비수인 베예린은 자연스럽게 측면을 경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첫 번째 골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토트넘이 볼을 돌리던 중, 외질이 쉽게 벗겨졌고 벤 데이비스가 조금 낮은 위치에서 볼을 잡았다. 하지만 라인 끝까지 벌려 있는 손흥민을 확인한 베예린은 쉽게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로 인해 벤 데이비스는 넓은 공간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정확한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고, 이를 케인이 완벽하게 마무리 했다. 첫 골 직후에 나온 케인의 또 다른 헤딩 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측면을 신경 쓰느라 몬레알은 쉽게 전진하지 못했고, 이는 또 한 번의 여유 있는 얼리 크로스로 이어졌다. 같은 포메이션과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차이를 준 부분 전술로 압도적인 경기를 가져간 토트넘은 스코어 그 이상의 경기를 보여주며 승리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