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작년 3분기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단독 응찰, 이달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호반건설은 8일 오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이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9일 만이다.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의 배경에는 대우건설의 연간 실적발표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4분기 대규모 해외 손실이 발생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며 작년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대우건설의 해외 손실액 3000억원은 호반건설의 1년 매출 중 30%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게다가 모로코 손실 뿐 아니라 추후 돌출할 수 있는 해외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도 인수 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 인수 담당자들은 지난 7일 오후 늦게 산업은행 담당자들을 만나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 김 회장이 인수포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호반건설 측은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