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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김남주X이보영X고현정..韓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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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시대가 바뀌었고 당연하게도 브라운관을 가득 채웠던 주인공들의 성격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는 중이다. 과거에는 '지고지순하다'는 말로 대변됐던 캔디형 여주들은 이제 매력을 잃었고 오히려 주체적으로 더욱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인기 있는 시대다. 배우들 모두 '걸크러시'를 외치는 시대가 됐으니 이 같은 변화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들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여성이 주체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현상이었다. 그동안 욕망과 야망을 향해 달리거나 목표를 위해 전진하는 캐릭터들을 모두 남성들이 맡고, 여성들은 뒤에서 그들을 보필하거나 오히려 욕망을 위해 버려지는 존재가 돼 홀로 눈물을 흘리고, 백마를 탄 왕자로부터 구원을 받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2 '마녀의 법정'(정도윤 극본, 김영균 김민태 연출)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마녀 마이듬(정려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법정물이다. 검사인 마이듬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인물로 그려졌고 이 모습 역시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동안 법정물의 중심에는 항상 남성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마이듬을 주인공으로 하며 성범죄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KBS2 '흑기사'(김인영 극본, 한상우 연출)의 정해라(신세경)은 흑기사인 문수호(김래원)에게 마치 구원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고 오히려 악녀인 샤론(서지혜)과 육탄전을 벌일 정도로 강하다. SBS '리턴'(최경미 극본, 주동민 연출)의 최자혜(고현정) 역시 드라마의 타이틀롤답게 모든 사건 현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서도 주체적인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KBS2 '라디오 로맨스'(전유리 극본, 문준하 황승기 연출)의 송그림(김소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속썩이는 스타를 향해 욕설도 퍼부을 줄 알고 쫓아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줄 아는 캐릭터다.

또 tvN '마더'(정서경 극본, 김철규 윤현기 연출)의 수진(이보영)은 '여성은 모두 따뜻할 것'이라는 편견을 당당히 깨고 차갑고 이성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자영(고성희) 역시 '모성애는 선천적인 것'이라는 선입견을 당당히 깨며 '욕먹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무겁고 진중하지만 생각할 '주제'를 하나씩 던져준다는 점에서 '마더' 역시 의미가 깊다.

'욕망의 불꽃'을 활활 태우는 이는 또 있다. 바로 JTBC '미스티'(제인 극본, 모완일 연출)의 고혜란(김남주)이다. 앵커로서 성공을 바랐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까지 버릴 수 있었다는 모습 역시 '야망'과 '욕망'에 충실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 이런 류의 캐릭터들은 전부 남성들의 것이었지만 김남주는 그 편견을 깨고 당당히 캐릭터를 손에 쥐었다. 역시나 그의 연기가 기대되는 것도 캐릭터를 표현하는 김남주의 매력과 연기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이 드라마판을 뒤덮은 것은 오래 되지 않은 이야기.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도 점차 변화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들의 변화가 더욱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일례로 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한 배우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왔고, 고리타분한 성 역할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많아져 좋다"며 "여성의 성차별에 대해 관심 갖고 주체적인 모습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명 브라운관을 뒤덮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반갑게 느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