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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용화 감독 "도망가고팠던 '신과함께', 흥행 톱4 상상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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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4년 전 '신과함께'를 연출하겠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개봉 전까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만 5천 번 넘게 한거 같아요. '신과함께'라는 기와집을 짓고 허물기를 100번도 넘게 했고 매 순간 두려워 도망가고 싶었죠. 그런데 그랬던 '신과함께'가 1300만명의 관객에게 사랑을 받다니…, 차마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펼쳐졌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선정된, 만화가 주호민의 동명 인기 만화를 최초로 영화화한 '신과함께' 시리즈. 국내 최초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 시간차를 두고 지난해 12월 20일 첫 번째 시리즈인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1', 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이 겨울 극장가에 안착했다. '신과 함께1'은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도경수(엑소), 이정재, 오달수, 임원희, 장광, 정해균, 김수안 등 충무로의 명배우들이 총출동했고 '오! 브라더스'(03) '미녀는 괴로워'(06) '국가대표'(09)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며 '흥행킹'으로 거듭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올겨울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신과함께1'은 기대를 입증하듯 개봉 2일 만에 100만 돌파, 4일 만에 200만 돌파, 5일 만에 300만 돌파, 6일 만에 400만 돌파, 7일 만에 500만 돌파, 9일 만에 600만 돌파, 11일 만에 700만 돌파, 12일 만에 800만 돌파, 13일 만에 900만 돌파, 15일 만에 1000만 돌파, 18일 만에 1100만 돌파, 23일 만에 1200만 돌파, 28일 만에 1300만 돌파를 기록 하며 극장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개봉작 중 두 번째 1000만 기록이며 올해 첫 번째 1000만 기록이기도 한 '신과함께1'의 누적 관객수는 지난 16일 기준 1303만9675명. 이로써 누적 관객수 1298만3330명의 성적을 가진 '도둑들'(12, 최동훈 감독), 1301만9740명의 기록을 가진 '괴물'(06, 봉준호 감독)을 꺾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마침내 1300만 고지를 점령한 지난 16일,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김용화(47) 감독은 '신과함께1'을 향한 관객의 뜨거운 사랑에 연일 벅찬 감동을 느끼며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신과함께2'의 후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연신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라는 말을 곱씹으며 머쓱한 웃음만 짓는 그는 '신과함께1'의 흥행을 여전히 믿지 못한 듯 얼떨떨해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신기록에 행복하면서도 신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정말 '신과함께1' 개봉 이후 정신이 없었어요. 매체 인터뷰, 무대인사 등 '신과함께1'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덧 1000만 돌파라는 믿기지 않는 행운이 찾아왔더라고요. 관객의 뜨거운 반응과 지지, 주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나니 그제야 '신과함께1'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싶었죠(웃음). '신과함께1'이 1000만 돌파 이후 감사하게도 더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조금씩 신기록 도장깨기 중인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게 말이 되나?' 싶네요. 하하. 얼마 전에 집 앞을 청소해주시는 분이 다가와서 '대박나셨네요!'라며 같이 기뻐해 주시더라고요. 그분은 사실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셨을 텐데 이웃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식을 듣고 축하해주셨죠. 영화의 힘이 정말 엄청나고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개봉 한 달 만에 겨우 졸였던 마음을 풀게 된 김용화 감독. 사실 '신과함께' 프로젝트는 제작 단계부터 개봉 직전까지 많은 기대와 동시에 많은 우려를 받은 가시방석이기도 했다. 일단 엄청난 팬덤을 거느린 훌륭한 원작에 압박감을 느꼈고 1편과 2편에 투입된 총제작비 400억원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적어도 원작 팬들이 등 돌리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만 했고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CG 구현도 만족감을 선사해야 했다. 특히 충무로 판 판타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국내 관객을 어떻게 사로잡을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김용화 감독을 잠 못 들게 했다.

"'신과함께' 프로젝트를 잡으면서 맘고생은 말도 못 하죠. 잘 해도 욕먹는 작품이 바로 '신과함께' 프로젝트였거든요. 지옥 비주얼부터 사후세계라는 판타지를 어떻게 리얼하게 만들지 고민이 많았어요. 후회 안 했냐고요? 왜 안 했겠어요. 하하. 처음 '신과함께' 프로젝트를 하겠다 나선 4년 전부터 개봉 날까지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만 5천 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웃음). 함께 하는 스태프들이야 워낙 베테랑이야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데 감독으로서 갖는 부담감이 상당히 컸어요.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면서 최고치를 끌어내려고 했죠. 마치 기와집을 집고 허물기만 100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 막판에는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죠.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돌팔매 맞을 각오로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다짐을 했고 결국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하하."

그동안 결코 적지 않은 흥행 기록을 세워왔던 김용화 감독이지만 이번 '신과함께1'은 그 어떤 작품보다 큰 감사함과 용기를 얻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김용화 감독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야심작 '미스터 고'(13)에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이러한 기대가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다행히도 유독 아픈 손가락이었던 '미스터 고'의 아쉬움을 '신과함께1'이 달래주면서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상상도 못 했던 1300만 돌파를 얻게 되면서 다시 한번 배운 대목이 '기적은 나의 재능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패기만 가득했던 30대 때에는 흥행이 연출의 힘과 능력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둔하게도 성공의 이유를 자신에서 찾은 거죠. 그런데 40대에 접어들고 '신과함께1'를 만들면서 느낀 게 내가 아닌 주변의 모든 운과 기적이 동반돼야 흥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모든 배우, 스태프, 함께한 관객들까지 모두가 모였기에 가능했던 행운이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신이 번쩍 나던데요? 하하. 더 겸손해져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미스터 고'로 크게 실패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성장할 기회가 됐고 결과적으로 '신과함께1'으로 다시 사랑받을 수 있게 됐죠. 이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극장에 가서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고요. 직접 가서 관객의 반응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요(웃음)."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