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토일극 '화유기'가 방송을 재개했다.
'화유기'가 지난 6,7일 3,4회 방송을 내보냈다. 역대급 방송사고와 스태프 추락 사고로 인한 고용노동부의 세트 현장 조사 등으로 방송을 중단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시청자와 만난 것.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온 '화유기'는 확실히 지난 1,2회 방송보다는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띈 건 역시 캐릭터의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우마왕(차승원)과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손오공(이승기)의 앙숙케미, 그리고 손오공과 진선미(오연서)의 긴장백배 로맨스가 이어지며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승기와 차승원은 차진 연기력으로 시청자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승기는 군입대 전보다 한층 짙어진 감수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군입대 전 '1박2일' 혹은 '신서유기'의 예능 이미지가 강했던 이승기는 이번 작품에서는 농밀한 멜로 감성을 곧잘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7일 방송에서는 지옥문이 열리는 미래를 본 삼장(오연서)이 자신을 지켜달라고 하자 손오공이 "세상이 부서져도 당신을 지켜드리죠"라고 약속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여성팬들의 심장박동수를 높였다. 마지막 '심쿵 엔딩'에 '화유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는 시청평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
그런가 하면 차승원은 전매특허 코믹 연기로 드라마에 힘을 싣고 있다. 삼장의 계약서 문제로 손오공과 도력 대결을 펼친 뒤 코피가 나자 '빨간 콧물'이라고 우기고, 손오공의 원숭이 조각상에 침을 뱉고는 소심하게 즐거워하고, 이승기의 히트곡인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며 깐족거리기도 하고, 암내 공격을 하는 등 '멋짐'을 내려놓은 코믹 연기로 드라마의 정체성을 살려낸다. 그러면서도 지옥문을 닫기 위한 재물이 삼장인지 손오공인지 묻는 등 허를 찌르는 질문으로 극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코믹과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차승원의 연기 내공 덕분에 한없이 가벼운 '화유기' 또한 판타지의 무게감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화유기'가 넘어야 할 산은 한없이 높다. 먼저 오연서의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오연서의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삼장 캐릭터 자체가 올곧고 순수하지만 소심한 캐릭터이다 보니 '사이다'를 중요시 하는 여주인공 트렌드와 맞지 않아 시청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또 드라마의 전개 방식에 대한 호불호도 무척 갈린다. 전지전능한 손오공의 능력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긴 하지만, 손오공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악귀를 퇴치하는 과정인데 요술봉을 한번 휘두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전개를 거듭 지켜보다 보니 유치한 기운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삼장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손오공이 나타나며 둘 사이의 러브라인이 싹튼다는 설정도 식상한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허술하다 보니 반응이 엇갈린 것.
판타지 드라마는 가볍고 유치하게 보여지기 쉽다는 장르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촘촘한 연출과 후반작업이 필수인데, '화유기'의 경우 여전히 CG등이 매끄럽지 않게 처리됐다는 점도 감점 요인이 됐다. 또 홍자매 작가 특유의 가볍고 통통 튀는 작풍 자체에 호감을 보이는 팬덤도 여전하지만, 그만큼 유치하고 오그라든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화유기'는 일련의 방송사고에도 7일 방송된 4회가 6.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회(5.6%)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이자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이러한 상승세가 단순한 노이즈마케팅 효과일지, '화유기' 자체의 힘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화유기'가 차승원과 이승기라는 배우들의 힘에만 의존한 채 자체적으로 남아있는 숙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상승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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