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펀치' 다음도 중요하다.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수성에 나설 KIA 타이거즈는 선발진 계산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2017시즌 KIA의 통합 우승 과정에 있어 가장 센세이셔널했던 요소 하나가 바로 임기영의 등장이다.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은 2015년 FA(자유계약선수)로 한화 이글스에 이적한 송은범의 보상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임기영은 상무 야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KIA 구단은 미래를 보고 2년의 기다림도 감수했다. 흔히 말해 '싹이 보이는' 투수였던 임기영이 KIA로 이적한 것을 두고 한화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무에서 체력적,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임기영은 제대 직후부터 구단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특유의 배짱 두둑한 투구를 선보이며 당당히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사실 작년에 임기영이 이렇게 잘해줄 거라는 예상은 누구도 못했다. 리그 전반적으로 타고투저가 심해지면서, 걸출한 투수 신인을 보기가 어렵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도 느린 편이다. 이런 와중에 임기영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활약을 해줬다. 시즌 성적 8승6패 평균자책점 3.65. 폐렴으로 한달 가까이 쉬면서 규정 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전후반기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해냈고, 2번의 완봉승으로 신예급 투수들 가운데 가장 돋보였다.
또 시즌 종료 후인 지난 11월 선동열 감독이 이끈 만 24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만전에서 7이닝 2안타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기도 했다. 1승2패로 대회를 마친 대표팀의 유일한 승이 임기영의 어깨에서 완성됐다. 겁 없이 힘차게 공을 뿌리는 임기영의 씩씩함은 국제 대회에서도 남달랐다. 대표팀 선동열 감독과 코치들 모두 칭찬한 부분이다. 여러모로 임기영에게 남은 것이 많은 한 해다.
KIA는 지난 연말 양현종과 무탈하게 연봉 계약을 마쳤고, 헥터 노에시와 팻 딘 잔류도 성공했다. 이 3명의 투수들과 임기영까지 총 4명이 사실상 고정 선발을 예약한 셈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임기영이 최소 2017시즌 이상의 투구를 해줘야 선발진도 계산이 선다. KIA의 경우 아직 5선발이 미지수다. 스프링캠프 경쟁을 통해 최종 후보가 가려질 예정인데, 4선발 임기영까지 흔들리면 시즌 로테이션 구상이 자칫 꼬일 수 있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활약을 한다는 전제로 선발진을 꾸리기 때문에 임무가 막중하다.
기술적으로 다듬을 부분도 있지만, 최우선은 몸 상태 유지다. 임기영은 한화 시절부터 워낙 마른 체형에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심한 감기가 결국 폐렴이 돼서 입원 치료까지 했고, 예상보다 회복 기간이 길어졌었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비시즌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다. 그렇다면 KIA의 선발진 계산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