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데얀을 영입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제주 전지훈련을 떠났던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이유있는 '외도'를 했다. 7일 오후 경기도 광주지역에서 펼쳐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서 감독의 출생지가 광주인 까닭이다.
이날 서 감독의 표정은 모처럼 밝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한숨 가득했던 서 감독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러 유럽 출장을 다녀오니 조나탄이 중국으로 이적했고, 공을 들였던 수비수 박주호가 울산을 선택했다는 암울한 현실만이 그를 맞았다.
2017년 시즌 종료 후 산토스, 다미르와의 재계약을 하지 못한 터라 선수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암담한 순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새해 들어 '거물' 데얀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공격수 임상협, 바그닝요도 가세했다. 손준호를 끝까지 영입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무엇보다 데얀을 품에 안은 것은 서 감독으로서도 올 겨울 선수 보강에 있어 큰 성과다. 데얀은 수원의 영원한 라이벌 FC서울의 레전드 용병으로 여겨진 까닭에 수원행만으로도 커다란 반향을 몰고 왔다. 현역 생활 연장을 희망한 데얀의 수원에서의 향후 활용도보다 수원-서울 간 미묘한 관계에서 야기된 화제성이 부각된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서 감독은 선을 그었다. "나는 우리 팀 전력 보강의 필요에 따라 선수 데얀을 영입한 것이다." 서 감독은 과거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 수원으로 옮기며 데얀 못지 않은 화제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번에 하필 서울의 상징인 데얀을 영입하게 되면서 라이벌 관계가 마음에 걸리지 않았을까. 서 감독은 "선수 시절 유럽 생활을 오래 해봤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내가 몸담고 있는 팀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최우선이다"면서 "데얀의 전 소속팀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냥 수원의 형편에서 필요한 선수가 데얀이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이 데얀을 적극 찬성한 이유는 즉시 전력감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ACL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수원 구단의 사정상 검증된, 경험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젊은 뉴페이스도 좋지만 팀 조직력을 짧은 시간 안에서 끌어올려야 하는 형편에서 성공률이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유럽에서 점 찍어 놓고 온 선수들을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어떻게 빨리 팀에 녹아드느냐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면서 "데얀은 오랜 기간 K리그에서 상대팀 선수로 봐왔다. 사실이 탐이 났을 만큼 검증된 자원이다. 나이가 걸리긴 했지만 지난 시즌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몸상태, 객관적인 기록을 보더라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데얀을 품에 안으면서 행복한 고민도 생겼다. "우리 코칭스태프의 협조가 더 필요해졌다. 그들의 능력을 믿는다"는 서 감독은 데얀을 활용한 여러가지 공격 옵션을 찾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2017년 스리백을 핵심 전술로 채택해 효과를 봤지만 공격라인 구성상 산토스의 출전기회가 감소하는 게 고민이었다. 하지만 용도가 다른 바그닝요가 가세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서 감독의 구상에 따르면 데얀-바그닝요 투톱이 중심인 가운데 박기동 김건희 등 토종파와의 조합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임상협은 염기훈과 좌우 날개를 분담해 염기훈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서 감독은 "바그닝요는 플레이 성격상 섀도스트라이커도 소화할 수 있다. 데얀과도 체력 분담도 할 수 있어서 원톱, 투톱, 스리톱 등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서 감독은 "안도 끝 고민 시작이다. 데얀에 잘 맞는 옷을 남은 기간 제주도에서 열심히 찾아와야 한다"며 성화봉송 행사를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