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심판은 경기가 규칙의 범위 안에서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존재다.
규정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선수들이 그 규정에 맞게 잘 플레이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반칙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지를 살핀다. 관찰자이자 조율자로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경기가 흥미롭게 이어지도록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역할을 해내는 KBL 심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구 팬들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최소한의 것만을 바란다. 규정만 공정하게 적용해 달라고. 제발 '심판이 경기를 지배했다'는 말 좀 안나오게 해 달라고. 지극히 소박하고 기본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KBL심판들은 이런 최소한의 바람마저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심판들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때마다 KBL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을 했다. 갈수록 오심과 납득하기 어려운 콜이 더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2018년 새해가 밝았어도 여전히 KBL심판은 '그들만의 세계'에 갖혀 소통과 상식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그래서 경기 자체를 뒤흔들어 버리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지난 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KBL심판이 어떻게 하면 경기를 망칠 수 있는 지. 양팀은 이날 3쿼터까지는 3점차로 팽팽히 맞섰다. 4쿼터가 승부처였다. 그런데 76-68로 전자랜드가 8점 앞선 4쿼터 종료 3분41초 전에 코트에서 두 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일단 전자랜드의 공격자 파울. 베이스라인을 따라 반대쪽으로 뛰는 전자랜드 정영삼을 수비하던 오리온 김진유가 강상재의 스크린에 걸려 넘어졌다. 강상재의 오펜스 파울이 맞다. 이상준 심판이 바로 앞에서 보고 즉각 오펜스 파울을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돌아나온 정영삼을 오리온 버논 맥클린이 오른쪽 어깨로 쳐 넘어트렸다. 고의성이 엿보이는 반칙 플레이. 사이드라인 쪽에 서 있던 이정협 심판의 바로 앞에서 벌어졌다. 곧바로 U파울을 선언해도 무방했다. 거의 동시에 벌어진 상황이라 강상재와 맥클린에게 각각 파울을 주면 될 일이다. 여기서 심판은 나름 신중을 기한다고 비디오판독으로 맥클린의 고의성 여부를 결정했다. 결국 오펜스파울과 U파울이 양팀에게 각각 주어졌다. 여기서 그쳤다면 무난한 운영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뒤에 터졌다. 이정협 심판이 갑자기 오리온 추일승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준 것이다. 이전까지 상황에 대해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던 추 감독은 난데없이 경고가 날아오자 흥분했다. "왜 경고를 받아야 하나"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에 대한 심판진의 설명과 추가 조치는 더욱 형편없었다.
이정협 심판은 처음에는 추 감독이 맥클린의 U파울에 대해 항의해서 경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중계영상에 그들의 대화가 그대로 잡혔다. 하지만 추 감독은 "거기에 관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파울이 나온 뒤 추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조용히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파울을 납득하는 듯한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정협, 이상준 심판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테크니컬파울을 날렸다. 경고 이후에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했다는 명분. 추 감독은 다시 타임을 요청하고 심판들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왜 내가 하지도 않은 어필에 관해 경고를 받아야 하나". 이정협 심판의 이어진 설명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었다. "자꾸 라인을 넘어와 어필해서…". 추 감독은 T파울 경고가 나오기 전까지 감독이 있어야 할 곳에만 있었다. 말도 안되는 해명이다.
심지어 이정협 심판은 경기 후 한 관계자에게 "추 감독이 이전부터 자꾸 거세게 항의해서 경고를 줬다"는 해명을 했다고 한다. 기가 막힌 대답이다. 경고 등의 제재는 해당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리는 것이지, 무슨 '누적제'처럼 쌓아뒀다가 나중에 날리는 게 아니다. 이 해명은 심판의 자질을 망각하고 다분히 감정적으로 콜을 했다는 걸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 경기는 속개됐다. 하지만 여기서 진을 뺀 나머지 오리온 벤치와 선수들은 의욕을 상실했다. 이전까지 치열했던 경기의 열기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심판이 경기를 완전히 망친 셈이다. 이정협, 이상준, 안영선. 이날의 심판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