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 달간의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지난 29일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조원우 감독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밝았다고 한다. 조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는 동안 국내 스토브리그 소식에도 귀 기울였다. 내부 FA 강민호를 놓쳐 걱정이 컸지만, 또다른 내부 FA 손아섭을 잡고 외부 FA 민병헌을 영입해 한시름놓았다. 조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손아섭 민병헌 모두 검증된 선수들이라 본인이 했던 야구를 계속하면 충분히 팀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부상 같은 변수가 없다면 모두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할 선수들"이라면서 "강민호가 차지했던 비중이 워낙 커 걱정이 있었지만, 민병헌이 온 만큼 내년 스프링캠프서 전력을 잘 다듬어 한 번 (우승에)도전해 보겠다"고 밝혔다.
마무리 훈련 성과도 만족스러웠다. 조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많이 지켜봤다. 큰 부상 없이 열심히 훈련했다. 전역한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 캠프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기존 선수들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장시환 박시영 김원중 진명호는 구종에 변화를 줬다. 포크볼을 추가하기도 하고 투구폼을 교정하고 있다"며 젊은 투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감독이 언급한 또 한 명의 유망주 투수는 윤성빈이다. 조 감독은 "윤성빈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캠프를 앞두고는 몸상태가 좋지 않을 거라 걱정했는데 아주 건강한 상태로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올해 부산고를 졸업한 윤성빈은 계약금 4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고교 3년간 150㎞대에 이르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았고, 메이저리그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쌓인 피로 탓으로 오른쪽 어깨 부상을 입어 올해 실전 마운드에는 오르지 못했다. 구단과 본인 모두 1년간 재활에 집중하자고 했다. 1999년 2월 생인 윤성빈은 이제 겨우 18살, 급할 것이 없었다. 차분하게 재활을 진행한 윤성빈은 지난 가을부터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전념했다.
조 감독의 언급대로 윤성빈은 내년 시즌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투수다. 부상을 털고 지난 9월 피칭 훈련을 시작해 어느 정도 몸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 윤성빈은 "트레이닝 코치분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고생하셨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했다. 9월부터 피칭을 시작했는데, 라이브피칭도 소화하고 지금 100% 몸상태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주목하는 건 윤성빈의 직구다. 윤성빈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3㎞, 평균 140㎞대 후반이다. 조 감독은 "성빈의 직구가 빼어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불펜피칭을 통해 투구수도 많이 끌어올렸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투구수를 계속 늘려가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투구수를 늘린다는 건 결국 선발투수로 경쟁시키겠다는 의미다. 윤성빈은 입단 때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다. 조 감독은 "안정적인 투구폼을 되찾았고 큰 키(1m95)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강점인데 제구력을 갖추면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롯데는 선발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외국인 투수 2명에 박세웅 송승준 등 4명은 내년에도 붙박이 선발들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김원중이 5선발로 유리한 입장에 서있고 윤성빈이 도전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완벽한 몸상태와 직구 구위를 되찾은 만큼 내년 전지훈련 훈련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