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를 끝으로 한국 남녀 쇼트트랙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리허설을 마쳤다.
이제 더 이상 참가할 국제대회가 없다.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은 평창올림픽이 화려한 막을 올릴 때까지 남은 81일(20일 기준) 동안 국내에서 훈련과 휴식을 병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지난달부터 네 차례 월드컵을 치르면서 드러난 남녀 쇼트트랙의 기상도는 어떨까. 여자대표팀은 '쾌청', 남자대표팀은 '흐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타공인 세계최강의 기량을 보유한 여자 선수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자대표팀이 네 차례 월드컵에서 따낸 메달은 총 18개(금 10개, 은 4개, 동 4개)다. 금메달 10개는 '원투펀치' 최민정(19·성남시청)과 심석희(20·한체대)가 합작했다. 최민정은 월드컵 1차 대회 '싹쓸이'를 비롯해 매 대회 1~2개씩의 금메달을 따내 무려 8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최민정은 "생각보다 메달을 많이 땄다"며 웃은 뒤 "목표 초과달성"이라며 엷은 미소를 보였다.
'간판 스타'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최민정의 눈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투성이었다. '완벽주의자'다웠다. 최민정은 "성적은 좋았지만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보다 레이스가 잘 되지 않았다. 아웃코스로 빠져나가 추월하는 레이스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최민정은 평창올림픽에 대한 목표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단지 과정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결과는 따라온다고 믿고 있다. 최민정은 "과정에 후회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메달 2개밖에 수확하지 못한 심석희는 "아쉬운 부분도 있고, 올림픽이 아니라 다행이기도 하다"며 "많은 상황 속에서 해결해야 할 능력을 키워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담감이란 단어 자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개인적인 목표는 내 자신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소치올림픽 당시 '노 메달' 충격에 휩싸인 남자대표팀은 부활을 다짐했지만 월드컵 리허설만 따지면 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획득한 총 메달은 17개(금 5, 은 7, 동 5)다. 그러나 1차 대회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던 임효준(21·한체대)이 요추부염좌 부상으로 2~3차 대회를 전력에서 이탈하자 대표팀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다. '막내' 황대헌(18·부흥고)이 월드컵 2차와 3차 대회 1500m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등 분전을 펼쳤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부상이었다. 임효준은 여전히 꼬리뼈 쪽에 통증이 남아있고 황대헌은 왼팔 부상 중이었다. 경기 중에도 계속해서 왼팔을 만지며 부상 정도를 체크했다.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남자대표팀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임효준은 "몸 상태는 70~80%다. 올림픽 전까지는 무조건 100%로 올릴 것이다. 계획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 아픈 곳이 많다. 훈련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다. 부상만 없으면 올림픽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잿빛은 아니었다. 약간의 희망도 안겼다. 홈 구름관중 앞에서 펼쳐진 4차 대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부활의 날개짓을 했다. 임효준은 "개인전보다는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서 정말 기쁘다.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긴장도 하고 부담도 많이 됐는데 형들과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줬다. 결과가 잘 나와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목동=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