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승리 그 이상을 하는 투수가 되지 않을까요."
일본 도쿄돔에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선동열 감독은 지난 16일 일본과 연장 접전 끝에 7대8로 패한 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선 감독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전력 차이가 상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투지를 발휘하면서 팽팽한 경기를 했는데 아쉽게 이기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우리 선수들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잘 싸워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심에 선발 투수 장현식(NC)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첫 경기, 더군다나 상대가 일본인만큼 선발 투수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컸다. 임기영, 박세웅도 유력 후보였지만 선동열 감독의 선택은 장현식이었다. "큰 경기에서도 자기 공을 던질 줄 알고, 퀵 모션이 빨라 일본 선수들의 발을 묶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까다로운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5이닝 1실점(무자책) 호투를 펼쳤다. 1점도 야수 수비 실책이 겹치며 허용한 것이지 장현식의 자책점은 없다. 선동열 감독은 "굉장히 집중해서 좋은 공을 던지더라. 장현식 같은 경우는 직구가 정직하게 들어가도 쉽게 칠 수 없는 공이다. 일본전에서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졌어도 장현식에게 많은 교훈이 남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10승 그 이상을 하는 투수로 성장할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칭찬을 들은 장현식은 쑥스럽게 웃으며 "도쿄돔이 아니라 고척돔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사실 6회까지 던지고도 싶었는데 감독님이 결정하신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일본 관중들의 응원 소리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고, 정규 시즌과 별 다른 점 없이 투구를 한 것 같다"며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장현식도 자신의 투구 내용보다는 팀의 패배를 크게 아쉬워 했다. "마운드를 내려오고 나서는 벤치에서 동료들과 열심히 응원했다"는 그는 "져서 아쉬웠다. 패배 때문에 다 같이 못한 것이 되지 않았나"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대표팀 경험이 자신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장현식은 "이런 대회에 나와보니 정말 재미있다. 국제 대회다보니 모션도 크게 하고, 동료들과의 팀 분위기도 최고로 좋다. 이 대회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 경험"이라며 미소지었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