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수목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16일 종영한다.
이 드라마는 작품성과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성과는 배우 정해인을 발굴했다는 것이다.
정해인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한우탁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우탁은 경찰대 출신 지구대 경위다. 초반에는 그의 정체가 베일에 감춰져 있었지만 5,6회 방송을 통해 한우탁 또한 예지몽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져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이후 한우탁은 정재찬(이종석) 남홍주(배수지)와 함께 예지몽 크루로 활약을 보여줬다.
남홍주가 사이코패스 치킨집 사장의 정체를 밝히려 했을 때는 함께 동행해 남홍주를 구하고 칼을 맞기도 했고 크고 작은 사건에 함께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유수경 살인 사건을 맡았을 때는 친구 도학영으로부터 협박을 받으면서도 진실을 밝혀내는 강직한 성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언제나 젠틀하고 다정한 캐릭터 자체로도 매력이 있었지만, 그의 진가는 종반부에 드러났다.
지난 15일 방송이 그 단초다. 15일 방송에서는 딜레마에 빠진 한우탁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유범(이상엽)은 걸림돌이 되던 링거살인사건의 진범 하주안(이은우)과 남홍주를 동시에 치워버릴 계략을 짰다. 그의 계획대로 하주안은 남홍주를 살해하려고 약물을 주사했고, 이유범은 하주안을 죽이고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정재찬이 남홍주를 살려내면서 이유범은 재판에 서게 됐다. 한우탁은 남홍주 최담동(김원해)과 함께 증인으로 서게 됐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인 하주안과 이유범은 각각 적색과 녹색 우산을 들고 있었고, 이는 범인을 가려내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우탁은 적록색약인 관계로 우산색을 가려낼 수 없었다. 만약 남홍주의 말대로 증언을 한다면 위증이 되고, 사실을 고백하면 색약 때문에 경찰에서 해임될 수 있는 상황. 남홍주는 한우탁을 걱정했지만 한우탁은 그런 그를 끌어안으며 도망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남홍주에 대한 한우탁의 짝사랑이 드디어 드러난 것.
이와 함께 방송된 에필로그에서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 남홍주와 단 둘이 남은 한우탁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우탁은 그림자 모양이 남홍주가 자신에게 기댄 것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휴대폰 사진으로 찍었다. 남홍주와 정재찬의 관계를 알기 때문에 대놓고 사랑을 고백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지는 않지만,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고픈 그의 행동은 애달픈 짝사랑의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며 여성팬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정해인은 2014년 TV조선 '백년의 신부'를 통해 26세의 나이로 데뷔했다. 늦었다면 늦은 나이였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며 뚝심을 보였던 그는 이후 '삼총사' '블러드'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그러면서 다산 정약용의 직계 6대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SBS '그래, 그런거야'에서 유세준 역을 맡아 귀여운 막내 아들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며 '국민 아들'로 주부층의 지지를 받았고, tvN '도깨비'에서는 특별 출연임에도 수려한 외모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정해인이 드디어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매력적인 서브 남주 캐릭터를 만나 3년 간 다져온 내공을 폭발시킨 것. 방송 전 "정해인이 우리 드라마의 반전 카드"라고 자신했던 오충환PD의 말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드라마는 16일 종영하지만 시청자는 정해인의 매력에 푹 빠진 분위기다. 그가 다음에는 로코 남주로서 활약을 보여주길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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