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오반석(29)이 제주에 몸 담은지 벌써 6년이다. 그는 2012년 제주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제주 외길만 걸어온 '제주의 수호신'이다. "하루하루 버티기 급급해서 생각을 못했는데 벌써 6년이 됐네요."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되돌아보니 많은 게 변했다. "일단 나도 서른 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주장을 맡은 지도 3년 됐다." 제일 놀라운 건 역시 팀의 성적. "그 동안 고비처를 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팀이 버텨내더라." 제주는 올 시즌 리그 2위를 확정, 지난해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확정했다. "ACL 한 번 가볼 수 있겠나 싶던게 엊그제 같은데 2년 연속 나가게 됐다. 우리 팀이 어느 새 이만큼 올라왔나 생각하니 참 감회가 새롭다."
제주의 상승일로. 특히 오반석이 주장을 맡은 3년 동안 그 오름세가 급격하다. 오반석은 "솔직히 내가 주장이긴 해도 크게 뭘 한 게 없다. 동료들이 워낙 알아서 잘 한다"며 "무엇보다 조성환 감독님의 지도 아래 팀이 매 시즌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팀에 특별히 기여한 게 없다는 오반석. 지나친 겸손에 확 달라진 수비력을 언급했다. 줄부상으로 오반석이 리그 16경기 출전에 그쳤던 지난 시즌, 제주는 57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오반석이 32경기에 나선 올 시즌, 제주는 리그 37라운드까지 단 34실점만 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 젓는다. "수비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구축하는 것이다. 감독님의 전술에 맞춰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경기를 한 결과다."
제주의 수호신인줄만 알았더니 '겸손 요정'이다. "내 대인방어가 좋다기 보단 동료 백업이 좋다." "내 빌드업이 괜찮아서라기 보단 동료들의 움직임이 좋다." "제공권도 더 키워야 한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 철벽 수비수 다운 빈 틈 없는 겸손. "솔직히 외모도 딱히 잘 생긴 것 같지 않다." 끝까지 빗장을 걸어 잠근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축구를 떠나서 '인간' 오반석이 제일 자신 있는 게 뭔가." 그도 사람인데 스스로 뽐내고픈 구석 하나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심오한 질문은 아닌데 깊게 고민한다. 사실 이렇게 진지한 모습까지도 참 오반석답다. 한참 후 역시 오반석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내 자신에게 엄격한 게 강점인 것 같다."
본인도 이 상황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크게 웃는다. 끝까지 틈새를 보이지 않았다는 만족감이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의 모든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가식과 거짓 없는 순수하고 진실한 열정. 6년간 제주와 함께 호흡해온 '수호신' 오반석은 무언가 더 채울 내일을 향해 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