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의 올 겨울은 그리 신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 사상 최초로 2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으로 재계약을 했다. 2016년 120만 달러였던 연봉이 2017년에는 90만 달러나 오른 210만 달러가 됐다.
하지만 이 금액에 토를 다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에서 1위를 하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할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다.
당연히 올해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 외국인 투수로서는 무난한 성적이지만 니퍼트라는 이름값에는 한참 모자른 성적이기도 하다.
210만 달러를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23억 4000만원정도 된다. 22억5000만원에 KIA 타이거즈와 1년 계약을 맺은 올해 한국시리즈 MVP 양현종보다 많은 액수다.
그렇다고 니퍼트가 재계약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7년동안 두산에서 해온 활약만 보더라도 연봉의 값어치는 충분히다. 이제는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들도 니퍼트를 외국인선수라기보다는 팀의 주축선수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태형 감독도 "니퍼트는 다른 외국인선수와 다르다"고 말했을 정도다.
선수단에서 받고 있는 신망의 정도도 다르다. 니퍼트는 투수진에서는 멘토 같은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부진에 빠진 투수가 있으면 직접 불러 통역을 대동하고 조언까지 해주는 모습이 더그아웃에서 자주 연출된다.
동료들도 니퍼트를 "퍼트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구심과 공을 주고 받을 때 늘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할 정도로 한국식 야구 예절도 잘 적응돼 있는 투수다.
하지만 내년이면 한국식으로 38세가 되는 나이에 예전에 비해 압도적이지 못한 구위로 기복있는 피칭을 하고 최근 들어서는 감정 조절을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때문에 두산이 재계약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에이스 자리를 내놔야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사실 성적으로 보면 올해도 두산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장원준이었다.
몇년째 KBO리그를 호령했던 니퍼트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두산의 마운드에 설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지만 니퍼트가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서는 그날까지 '니느님'의 모습이기를 바라는 팬들이 적지 않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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