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관왕'에 대한 기대가 부담스럽죠"란 질문에 돌아온 답은 "네"였다. 세계최강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0·성남시청)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짓궂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동·하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4관왕에 대한 욕심은 생기지 않느냐." 그러자 최민정은 "내 생애 올림픽 출전 자체가 처음이다. 출전하는 자체가 마냥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대 동계올림픽 금메달 26개 중 21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이 중 한 대회에서 4개의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없었다. 동계는 물론 하계올림픽을 통틀어도 마찬가지다. 동계올림픽 3관왕은 역대 두 명이 있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의 안현수(32·러시아 귀화)와 여자대표팀의 진선유(29)가 주인공이었다.
최민정이 세계 최초 올림픽 4관왕에 도전장을 내민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달 1일(이하 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싹쓸이'였다.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부에는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단거리인 500m와 중거리인 1000m, 1500m 그리고 3000m 계주가 있다. 최민정은 지난달 7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펼쳐진 2차 월드컵에서도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현재 여자 쇼트트랙에서 세계 최강자로 평가받고 있는 최민정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까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바로 컨디션 조절이다. 최민정은 "경험이 적은 편이라 컨디션 조절에 힘을 쏟고 있다"며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올림픽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정의 현재 몸 상태와 컨디션은 70% 정도다. 보통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시즌에는 월드컵 1차 대회가 열리는 9월에 100%의 컨디션을 맞춘다. 그러나 올림픽 시즌에는 최고의 컨디션을 올림픽이 열리는 2월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최민정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최민정은 "내년 2월에 컨디션을 맞춰야 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모의고사인 월드컵이 3일에서 4일로 늘어나면서 컨디션과 회복을 하는 루틴이 다소 힘들어졌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민정이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500m 금메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해 최민정은 "500m는 주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도전자의 입장"이라며 "부담감 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선 스타트와 스피드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록 달성을 위해선 수많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컨디션 조절 뿐만 아니라 경기 당일 빙질 적응도 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중국 선수들의 '나쁜 손'도 조심해야 한다. 최민정은 "아무래도 중국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오심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 맞게 대비하고 있다. 올림픽을 위해 월드컵 3, 4차 대회에 출국한다. 그 대회 통해서 부족함 채우고 경기 감각도 익히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과욕'이다. '어금한(어차피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은 한국)'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세계 최강을 자부한다. 그럴 때 한국 선수들끼리 과도하게 경쟁하다 넘어지거나 페널티를 받아 메달을 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최민정은 이 점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의 목표는 '다 함께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자'이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태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