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선수들과 친밀하게 함께 하는 지도자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의 헬멧 세리머니, 나지완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하기도 하고, 경기 수훈 선수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기도 한다. 훈련 때도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선수 친화적인 '형님 리더십'이라고 해서 웃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웃음의 바탕에는 강한 정신력과 노력이 있다.
2015년 KIA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프로 선수로서 자세를 얘기한다. 언제나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했고,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설렁설렁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헤치는 선수에겐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렸다.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하고 하고자하는 의지를 보이는 선수에겐 기회를 줬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훈련을 하게 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실력에 따라 달리했다. 이미 자신의 야구가 갖춰진 베테랑 주전급 선수들에겐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도록 했다.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에겐 확실하게 믿음을 보냈다.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어린 선수들에겐 이 악물고 훈련을 소화하게 했다.
좋아서 하는, 직업으로 선택한 야구이니 즐겁게 하라고 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항상 훈련장에서 농담을 하며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기자들은 김 감독 같은 스타일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질문을 했을 때 명확하게 대답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수에 대한 평가는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 선수를 공개적으로 거론했을 때 다른 선수와 비교가 될 수 있고, 선수 사기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부상으로 빠진 주전선수에 대해선 복귀 시점이 되기 전까진 말을 아꼈다. 올 시즌 윤석민에 대해 질문하면 "훈련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라는 말 뿐이었다.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예우였다.
우직하게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였다. 김주찬 이범호가 부진했을 때 끝까지 그들의 부활을 믿고 기용했다.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가 초반에 부진했을 때는 아직 한국야구에 적응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팻 딘이 안 좋았을 땐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자신감만 불어넣어주면 좋은 피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우승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주전을 대신할 백업 선수가 부족한 KIA 현실에 맞게 주전들의 체력과 부상 관리를 철저히 했다. 가끔 경기가 기울었을 때 주전들을 빼는 바람에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에겐 주전들이 시즌 전체를 아프지 않고 뛰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이 시즌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정규시즌에서 팀 구성상 다소 느슨하게 느껴지는 선수 기용을 하기도 했던 김 감독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선 냉철하게 경기를 운영해 자신의 감독으로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타이거즈의 V11을 만들어 냈다.
정규시즌에선 불펜이 불안하다보니 선발을 길게 끌고가려다가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 한국시리즈에선 달랐다. 한계에 왔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뽑아 그들에게 확실하게 보직을 부여했다.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으로 필승조를 꾸렸고, 김윤동 고효준 등이 백업으로 나섰다. 김 감독은 기민한게 불펜을 운용해 두산의 강한 방망이를 막아냈다.
2년간 팀의 기초를 닦으며 '김기태 야구'를 선수들 몸에 심었고, 그를 바탕으로 우승까지 달려왔다. 올시즌은 김기태 야구가 선수들과 하나가 되며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정상에 선 김기태 야구의 시즌2는 어떻게 될까.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