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꼭 하고 싶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이범호(36)가 드디어 2000년 프로 데뷔 후 처음 우승을 맛봤다.
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6으로 이겼다. KIA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합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 11번째 우승이다. 마지막이 된 5차전을 승리로 이끈 건 이범호의 홈런 한 방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했던 이범호지만, 중요한 순간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이범호는 '우승'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이뤄냈다.
이날 KIA 헥터 노에시와 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에이스 대결이 펼쳐졌다. 대량 득점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KIA는 3회초 1사 2루에서 로저 버나디나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 득점했다. 이어 최형우의 안타, 나지완의 사구로 만루 기회를 맞이했다. 안치홍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범호가 있었다. 이범호는 KBO 통산 만루 홈런 16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타자. 니퍼트의 가운데 몰린 초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잡아 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공이 좌측 담장을 크게 넘어갔다. KIA는 이 홈런으로 단숨에 5-0으로 달아났다. 이범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8푼3리(12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김기태 KIA 감독은 중요할 때 해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범호는 김 감독의 뚝심에 보답했다. 두산이 1점 차까지 맹추격했으나, KIA는 살얼음 리드를 지켜냈다. 경기 초반 이범호의 만루 홈런이 빛을 발했다.
이범호는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했다. 그러나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06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으나, 시리즈 전적 1승1무4패로 허무하게 준우승에 그쳤다. 2010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던 이범호는 2011년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그 때 처음 KIA 유니폼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5년 김 감독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첫해 7위에 그쳤고, 지난 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올 시즌에는 정규 시즌 1위에 오르며, 우승의 꿈을 키웠다.
이범호는 2015~2016시즌 2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팀의 리빌딩을 도왔다. 그리고 올 시즌 통산 300홈런-1000타점을 돌파하는 등 각종 기록을 세웠다. 이범호가 프로 생활을 하면서 목표로 정해둔 수치였다. 이범호는 "큰 목표들을 이뤘다. 아마 2000경기(현재 1881경기)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 꼭 하고 싶은 건 우승이다"라고 강조했다.
KIA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4승1패로 꺾었다. 두산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으나, KIA는 괜히 1위 팀이 아니었다. 선발 야구와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11번째 우승을 만들어냈다. '우승'을 목 놓아 부르던 이범호가 마지막 5차전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서 더욱 뜻 깊었다.
잠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