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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녘 황금세대'승훈-상화-태범, 그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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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빙판. 그들이 있어 뜨거웠다. 이젠 노을녘이다.

24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2017~2018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에 나설 17인(남자 10명, 여자 7명)의 태극전사가 모였다. 이날 진행된 미디어데이 최대 관심사는 완숙미를 갖춘 '황금세대'의 도전이었다. 이승훈(30) 모태범(29·이상 대한항공) 이상화(29·스포츠토토). 오랫동안 팬들을 즐겁게 해준 고마운 이름들이다.

셋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황금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한체대 07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정점을 찍은 '금빛 트리오'였다.

무서울 게 없던 그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제대로 사고쳤다. 이승훈은 남자 1만m, 모태범은 남자 500m,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최정상에 올랐다. 나란히 금메달을 입에 물고 웃던 세 절친. 이후에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트의 정점은 이들의 몫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2017년. 황금세대가 뛰놀던 하늘에도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선수생활의 황혼기. 셋은 2017~2018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 파견대표 선발전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관문이다.

다가올 평창올림픽. 사실상 이승훈 이상화 모태범의 '마지막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주장 모태범은 "막내 때부터 승훈이, 상화와 함께 운동을 해왔는데 어느 새 고참이 됐다. 사실상 함께하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을녘'이지만 '지는 해'로 불리긴 싫다. 베테랑의 스케이트날은 여전히 예리하다. 월드컵 1500m, 5000m, 1만m, 매스스타트, 팀추월에 나서는 이승훈은 "매번 유럽 선수들의 팀 플레이에 견제를 당해 이겨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엔 잘 극복해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모태범의 의지도 결연하다. 부진의 시간이 있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 500m에선 4위, 1000m에서 12위에 그쳤다. 최근 2~3년 간 기록도 좋지 않았다. 모태범은 "지난 2~3년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더 낫다. 후배들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에 대표팀 선발돼 다시 한번 올림픽 무대를 노리게 됐다. 절박하다. 후배들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화는 마음을 비웠다. 그는 "밴쿠버와 소치올림픽 땐 실수 없었지만, 지난해 실수가 많았다. 무릎 부상을 고질적으로 갖고 있고, 종아리 부상도 있어 디테일에서 떨어졌다"며 "오히려 이번 올림픽이 덜 긴장된다"고 했다. 이어 "절실함은 여전하지만 마음을 비울 생각"이라며 "그냥 완벽한 레이스만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뜨거운 태양은 서쪽하늘로 사라지기 직전 가장 붉게 타오른다. 노을 속에 불타는 하늘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의 눈동자가 딱 이 색깔이다. 황혼기에 나서는 도전. 그래서 더 뜨겁다.

한편 대표팀은 다음달 10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리는 월드컵 1차 대회를 시작으로 12월 8~10일 치러지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 4차 대회까지 평창행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태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