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는 각각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 강점을 살리지 못하면 패배를 피할 수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강점이 약점을 덮지 못할 경우다. 정규시즌서 나타난 KIA의 강점은 강력한 타선과 확실한 1~2선발이다. 두산은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타선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KIA와 두산의 이번 한국시리즈는 '창과 창'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창을 막아낼 방패를 단단하게 준비한 팀이 유리하다.
KIA 원투펀치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은 정규시즌서 나란히 20승을 올렸다. 이들은 퀄리티스타트를 각각 30경기에서 23번, 31경기에서 20차례 기록했다. 김기태 감독이 바라는 건 이들이 한국시리즈서도 퀄리티스타트 수준의 피칭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리드 또는 박빙의 상황에서 김윤동 임창용 김세현 등을 내세워 경기를 마무리짓는 게 필승 공식이다.
만일 한국시리즈 1,2차전에 나설 이들이 경기를 중반 이후까지 끌고 가지 못하고 초반에 무너질 경우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한 KIA로서는 어려운 경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양현종이 선발 등판한 지난 5월 20일 두산전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당시 양현종은 4⅔이닝 12안타 6실점으로 패전을 안은 적이 있다. 두산 타자들은 당시 양현종의 볼배합을 읽은 듯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며 초반 승기를 잡았다. 헥터는 정규시즌 두산전에 5번 나가 3승1패, 평균자책점 4.06을 올렸는데, 5실점 이상이 두 번이었다. KIA에게는 이들이 무너지는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또한 KIA 타선은 정규시즌 막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9월 19일부터 마지막 11경기에서 6승5패를 올리는 동안 팀타율 2할7푼3리, 경기당 평균 4.73득점에 그쳤다. 시즌 팀타율은 3할2리, 평균 득점은 6.29점이었다. 4번 최형우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이 기간 최형우는 타율 1할8푼4리에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형우를 통해 무게감을 한껏 과시했던 KIA의 득점력은 반대의 경우가 되자 동반 침묵했다. 공격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보면,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각각 2번씩 나설 수 있는 헥터와 양현종이 호투하고, 최형우가 중심에서 폭발력을 발휘한다면 KIA는 쉽게 시리즈를 끌어갈 수 있다.
두산 역시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최대 변수다. 플레이오프서 '판타스틱4'로 불리는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의 합계 평균자책점 8.35였다. 선발승이 하나도 없었다.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해 이들의 부진이 묻혔을 뿐이지 두산은 선발 마운드 불안을 안고 이번 한국시리즈를 맞는 셈이다. 플레이오프처럼 이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고 타선까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두산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오재일 김재환 박건우 허경민 최주환 등 플레이오프서 타선은 부족함이 없었지만, 단 하나 2번 타선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플레이오프 4경기서 2번 타자들은 합계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 3득점에 그쳤다. 4경기서 홈런 12개가 나와 이 역시 부각되진 않았으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우리팀은 2번 타순에 맞는 타자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하기도 했다.
불펜 전력은 두산이 다소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단기전에서의 집중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어느 팀이든 경기 후반 리드 상황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후유증은 다음 경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