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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비치와 닮은 한국 최초 PGA 투어 CJ컵, 단순한 골프대회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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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비치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해안가인 몬트레이 반도에 자리한 자그마한 도시다. 인구가 고작 4500여명 정도다. 그러나 이곳은 미국에서 부유한 동네로 발전했다. '골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26년 몬트레이 페닌슐라 오픈이라는 프로대회가 열렸고, 3년 뒤 US아마추어 대회가 펼쳐졌다. US오픈도 네 차례(1972년, 1982년, 1992년, 2000년)나 개최됐다. 해양성 기후인 이곳은 연평균 15~20도로 날씨가 쾌적하다. 잭 내빌이 설계한 페블비치 링크스는 세계 100대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페블비치의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었던 건 골프와 다른 산업이 만나면서 부터다. 바로 먹거리다. 10년 전부터 미국 3대 푸드 페스티벌 중 하나로 발돋움한 '페블비치 푸드&와인 페스티벌' 열리고 있다. 매년 100여명의 글로벌 정상급 셰프들과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을 포함해 8000명 이상이 방문한다.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한국 최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는 페블비치 대회와 많이 닮아있었다.

세계 톱랭커들의 버디 쇼로 문을 연 CJ컵은 단순한 골프 대회를 넘어 대형 페스티벌이었다. 우선 1라운드에 몰린 갤러리만 3500명이다. 섬에서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미 1만장의 입장권이 팔린 가운데 3분의 1이 CJ컵을 관전했다.

CJ컵을 찾은 각양각색의 갤러리는 스코틀랜드 고지대와 산악지대를 연상케하는 나인브릿지 코스로 진입하기 전 다양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CJ에서 마련한 '엑스포존'에서 '갤러리 키트'를 받은 뒤 고급 차량들이 대기 중인 '전시존'을 구경하고 식음료를 구할 수 있는 '먹거리존'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골프 의류와 용품이 구비된 '상품존'도 인기가 꽤 높았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KLPGA 투어 대회와 비교하더라도 규모는 역대급이었다. 섬이 아닌 육지에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열렸으면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란 것이 CJ관계자의 전언이다.

구름관중 외에도 취재진만 100여명에 달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PGA 투어 대회라는 점이 많은 취재진을 불러모은 이유였다. 미디어센터에는 국내 대회에서 볼 수 없는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자식 스코어보드가 준비돼 있었다.

화끈한 팬 서비스는 뭐니뭐니 해도 질 높은 경기력이었다. 미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의 호쾌한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팅은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마스(24·미국)와 군 전역 이후 PGA 투어에 복귀한 배상문(31)이 포함된 조는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배상문은 "토머스 팬들도 많이 보였다. '저스틴, 저스틴'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커 한국 팬들이 많구나 생각했다"며 "전혀 서운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이날 전반에만 7타를 줄이며 9언더파 63타로 단독 선두를 질주한 토마스는 "재미있는 날이었다. 배상문과 같은 조이다 보니 갤러리가 많았다. 페레스와 얘기했던건 배상문이 홈 팬의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도 인기 좀 끌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자고 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와 아담 스콧(이상 호주) 그리고 '한국 남자골프의 대세' 김시우(22·CJ대한통운)도 수많은 갤러리의 함성 속에 플레이를 펼쳤다. 김시우는 "제이슨 데이와는 메모리얼 대회에서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했고 프레지던츠컵에서 함께 해 좋았다. 좋은 샷을 많이 보고 배웠던 것이 내 골프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는 CJ컵 대회.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남자 골프 발전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