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불펜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위력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필승조 막내 박진형(23)은 그 중심 중 한 명이다.
박진형은 지난 시즌 1군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45경기에 등판해 4승4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11을 마크했다. 시즌 초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을 더했다. 박진형부터 이어지는 롯데 필승조는 견고하다. 분명 롯데의 올해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특히, 9월 이후 11경기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12⅔이닝 동안 무려 21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진형은 8~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 모두 등판했다. 2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차전에선 팀이 1-2로 뒤진 7회초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 등판해 실점하지 않았다. 2사 1,2루에선 대타 이호준을 내야 땅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데뷔 후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으나, 박진형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2차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홀드 1개를 추가했다. 이날 롯데는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1점의 살얼음 리드를 지켜냈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른 심정은 어땠을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만난 박진형은 "첫 등판에 설레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하면서 긴장도 조금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시즌 때와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한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만 긴장을 했고, 잘 풀려서 점차 괜찮아졌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하라고 감독님께서 마운드에 올리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을 야구는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박진형은 1군 투수에서 필승조가 됐고, 이제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박진형은 "상상했던 그림대로 였다. 특히, 구장에 팬들이 꽉 차있으니, 힘이 나고 좋았다. 팬들이 모두 빨간 유니폼을 입고 계셔서 정말 멋있었다"고 했다. 시리즈 1차전 패배의 기억도 빠르게 지워버렸다. 박진형은 "늘 하던 대로 하겠다. 어제 일은 어제 일로 남겨두겠다. 이제 1경기를 치른 것이기 때문에,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그리고 박진형은 그 각오대로 2차전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남은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박진형은 핵심 투수다. 급성장한 그의 가을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하다.
부산=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