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은 심오한 집중력을 요한다. 특히 포수가 중요하게 부각될 수 밖에 없다. 투수를 리드하면서 수비 조직력까지 관장을 해야 하는 포수의 역할이야말로 포스트시즌 승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중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안방마님'은 각각 강민호와 김태군이다. 팀내 포수 상황을 보면 두 선수는 '대체 불가'다. 거의 수비 전이닝을 책임지는 존재감을 시즌 내내 발휘했다. 두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1,2차전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는 지난 8일 1차전서 연장 11회 끝에 9대2로 승리했다. 김태군은 경기 시작부터 11회까지 계속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지휘했다. 선발투수 에릭 해커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이끌었고, 두 번째 투수 김진성이 8회말 박헌도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한 것을 빼면 '포수' 김태군의 리드는 완벽에 가까웠다. 이날 김태군은 타격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수비에서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반면 강민호는 자신에게 '최악'의 포스트시즌이었다. 롯데 관계자들이 "강민호가 경기에서 그렇게 정신이 없어 보인 건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다. 타격에서는 5타수 무안타, 특히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충격적인 것은 수비에서였다. NC 주자들은 강민호를 상대로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롯데 투수들 사이에 2개의 폭투가 나왔고, 강민호 자신은 연장 11회초 결정적인 포일을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9일 열린 2차전서 강민호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타석에서는 볼넷 1개를 포함해 2타수 1안타를 쳤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는 9이닝 무실점 피칭을 리드했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전 "강민호는 누가 뭐래도 롯데의 강민호다"며 힘을 실어줬고 경기 후에는 "필승조가 워낙 잘 던져주고 있다. 거기에 포수 강민호가 있어 괜찮다. 리드가 굉장히 좋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롯데로서는 강민호의 활약 여부로 1,2차전 승부가 갈린 셈이다.
김태군은 2차전서 우익수 플라이와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까닭으로 0-1로 뒤진 7회초 1사 2루에서 대타 이호준으로 교체됐다. NC는 7회말 수비부터 백업 박광열이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김태군은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을 한 장현식과 호흡을 맞춘 6이닝 동안 비자책으로 1점을 줬을 뿐, 투수 리드는 여전했다.
강민호는 2008년부터 포스트시즌 통산 21경기에 출전했다. NC로 옮긴 뒤 주전포수로 성장한 김태군 역시 2014년부터 통산 20경기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경험을 놓고 보면 둘 다 베테랑이다. 3,4차전은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사직구장처럼 홈런이 많이 터지는 곳이다. 두 안방마님의 활약에 따라 또다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