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형, 나도 '할뚜이따!'"
수원 삼성의 '캡틴' 염기훈(34)이 축구화 끈을 단단히 고쳐맸다.
K리그 베테랑의 아이콘 이동국(전북·38)의 위업을 자신도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동국은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포항전에서 1골-2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K리그 35년사 최초로 '70골-70도움'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몸으로 보여준 토종 현역의 쾌거였다. 이동국의 발자취를 바짝 따르고 있는 K리그의 또다른 산 증인이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올시즌 3가지 대기록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K리그 통산 59골-97도움을 기록중인 그는 당장 '60-60클럽(60골-60도움)' 가입을 눈 앞에 뒀다. 1골만 추가하면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이동국, 에닝요, 몰리나에 이어 5번째 주인공이 된다.
2006년 전북에서 프로 데뷔한 염기훈은 현재까지 통산 302경기에 출전했다. 신태용 감독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선수 최단기간(342경기) 60골-60도움 기록 경신도 확실시 된다.
더 의미있는 기록이 있다. K리그 최초의 100도움이다. 통산 득점에서는 이동국이 197골로 데얀(서울·170골)을 크게 따돌리고 있지만, 도움랭킹에서는 염기훈이 이동국(71도움)을 넘어 독보적 1위다. 올시즌 현재 9도움을 기록중인 염기훈에게 통산 100도움 역시 시간 문제다.
최초 기록이 또 있다. 6번째 한 시즌 두 자릿수 도움이다. 염기훈은 2010, 2011, 2013, 2015∼2016년 시즌에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도움왕'을 입증했다. 지난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도움으로 통산 5번째를 달성하며 몰리나의 종전기록(4회)을 뛰어넘은 그는 이번에 자신의 최초 기록 경신에 나선다. 이 역시 대단한 업적이다. K리그 역사상 한 시즌 두 자릿수 도움을 단 1번이라도 기록한 선수는 44명, 그 중 2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단 6명에 불과하다.
대기록 달성을 앞둔 염기훈은 19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0일 제주전에서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 이를 위해 마음가짐도 새롭게 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제주는 9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이다. 하지만 수원은 올시즌 제주전에서 3연승(FA컵 포함)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달리고 있다. 수원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홈에서, 상승세인 제주를 상대로 공격포인트를 기록한다면 금상첨화다.
염기훈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8라운드 전남전(3대0 승), 29라운드 대구전(0대0 무)에서 얻은 깨우침이 적지 않았다. 당시 염기훈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차출돼 이란과의 10차전에서 군계일학 평가를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복귀한 K리그에서 기록 달성에 대한 욕심이 자신도 모르게 앞섰다. 염기훈은 "욕심이 너무 앞서 슈팅에 침착하지 못했고 팀플레이에도 소홀했던 것 같다"면서 "그냥 담담하게 경기에 몰두하다보니 기록이 쌓여왔던 과거의 기억을 잊었던 같아 반성도 많이 했다. 과거의 마음가짐을 찾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록을 향한 야망은 품되,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는 내가 아닌 팀을 먼저 생각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동국이형이 '할뚜이따'를 보여주셨으니 저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 고지 정복을 눈 앞에 둔 염기훈의 출사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