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를 타고 복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 제작 FNC애드컬쳐)는 19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소녀들의 성장통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에 등장한 다양한 복고 아이템들은 7080에게는 그리운 향수로, 요즘 세대에게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신기방기한 복고이야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먼저 '진짜 사나이'를 방불케하는 여고생들의 교련시간이 눈길을 끈다. 교련 시간은 얼룩무늬 위장복을 입은 까까머리 남고생들이 나무로 만든 총을 들고 예비 군사훈련을 받던 정규 수업시간. 70년대 당시에는 여고생들도 교련을 받았다. 드라마에서처럼 교련복 대신 체육복을 입기도 했다. 극중 여고생들이 오와 열을 맞추는 제식훈련 장면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당시 교련선생님과 선도부들은 공포의 대상. 군복에 '라이방' 선글라스까지 낀 교련선생님은 군인에 가까우며 두려움의 존재였다. 극중 학생들 생활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빵집 미팅을 단속하는 장면은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시 빵집에서 미팅하는 장면도 신선하다. 미팅 그 자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007 비밀작전'을 방불케하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냈다. 이와함께 "졸지에 하는 미팅"이라는 뜻의 '졸팅'은 예나 지금이나 줄임말을 선호하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비슷해 할머니, 엄마 세대들도 요즘 세대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는 묘한 공감대를 자아낸다.
'진품명품'에서나 볼 법한 요강도 신기방기하다. 밤에 밖에 위치한 소위 '푸세식' 화장실에 가는 것은 애나 어른이나 곤혹스럽긴 마찬가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휴대용 화장실' 요강을 방에 두고 볼 일을 봤다는 사실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며 신선한 문화충격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극중 정희(보나 분)와 손진(여회현 분)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문학의 밤' 행사는 당시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 청소년들의 유일무이한 만남의 장이자 자신의 매력을 뽐낼 수 있었던 동네의 오디션 무대이기도 했다.
이처럼 '란제리 소녀시대' 속 복고아이템들은 단순히 나열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녹아있는 그리운 복고 감성까지 끄집어내며 안방극장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트로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아날로그적인 색감보정도 복고감성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보나, 서영주, 여회현, 이종현, 채서진, 도희 등 라이징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사춘기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 속 깊이 간직된 그리운 친구들, 이불킥할 첫사랑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 역의 권해효와 속옷끈을 당기며 막말을 일삼던 악덕교사 역의 인교진 등 70년대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은 흡사 캐리커쳐처럼 실감나는 재현으로 복고 감성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란제리 소녀시대' 제작사 관계자는 "복고라고 해서 똑같이 재현해내기 보다 복고감성에 충실하려는데 집중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풋풋한 우정과 싱그러운 사랑이야기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레트로한 복고감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란제리 소녀시대'는 매주 월, 화 밤 10시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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