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만나면 사투리로 이야기 하고 그래요. 참 좋아하시던데요."
제주 유나이티드는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유일하게 '섬'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선수단 운영부터 마케팅까지 '육지'에 있는 팀과 여러모로 다르다. 구단 살림을 책임지는 '단장'이 신경써야 할 일도 다르다. 특히 제주 특유의 정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과 비교해 '다른' 부분이 많다. 전임 단장과 사장은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올 시즌부터 제주의 살림을 맡은 안승희 단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제주도에서 마쳤다. 부모님은 여전히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온 안 단장은 업무차 제주 도민을 만날때 제주 방언을 쓴다. 친근함의 표시이자, 제주도민으로서 프라이드의 표시이기도 하다.
안 단장은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로 내려온지 12년이 됐다. 진정한 도민구단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상생을 해야한다. 더 잘해야 하고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밖에서 볼때는 팀이 그냥 굴러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들어와보니 복잡한 부분이 많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삼위일체가 되야 한다. 한 곳이라도 삐긋하면 추락하더라. 더불어 제주도와도 함께 화합하면 금상첨화"라고 웃었다.
안 단장은 축구단으로 오기 전 물류, 영업 파트 팀장 등을 맡으며 업무기획력과 추진력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빠르게 축구단에 적응한 안 단장은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역시 '관중'이다. 더 많은 제주도민이 구장을 찾아오게끔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안 단장은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시아의 명문 구단'이다. 상시적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구단이 되도록 선수 육성과 영입 등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그 전에 먼저 선행될 부분이 관중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관중이 없으면 안된다. 평균 관중이 만명이 된다면 진정한 명문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안 단장의 목표는 올 시즌 전면 유료화를 선언한 '오렌지 프로젝트'의 성공과도 직결된 부분. 그는 "그 전에는 무료티켓이 많았다고 들었다. 유로티켓으로 전환 후에는 진정한 팬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팬들에게 티켓 값 이상의 가치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는 다양한 이벤트와 다양한 편의 시설 정비를 통해 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안 단장은 "이제 제주도민들이 제주 유나이티드 하면 다 안다. 이미 도민들의 생활 속에 많이 녹아들어갔다. 이제는 팬들이 찾아오고, 다시 한번 찾아올 수 있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홍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평소에도 축구를 좋아하던 안 단장은 이제 반 전문가가 다 됐다. 하지만 그는 절대 경기력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강조, 또 강조했다. 안 단장은 "저마다 하는 역할이 다르다. 경기에서 전문가는 코칭스태프다. 그들이 하는 것에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안 단장은 조 감독을 만나면 조언을 하기 보다는 격려와 칭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한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안 단장은 올 시즌 다양한 경험을 했다. 리그 1위도 경험해 보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불미스러운 사태도 겪어야 했다. 그는 "이번에 많이 배웠다. 6년만에 ACL을 경험하다보니 프런트 일이 생각보다 더 많더라. 아시아축구연맹의 징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팀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참 힘들기도 했다. 이를 이겨내면서 앞으로 시즌에 대한 희망을 보기도 했다"고 웃었다. 안 단장은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각오를 밝힐때 더욱 힘을 줬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명물이 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팬들과 호흡하며 더 노력하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