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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슈퍼매치' 악몽에서 찾은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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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FA컵 후유증, 자책골.'

수원 삼성이 '슈퍼매치' 3차전 이후 직면한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올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에서 수원은 또 웃지 못했다.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에서 서울이 1대0으로 승리했다.

기대했던 조나탄(수원)-데얀(서울), 염기훈(수원)-윤일록(도움)의 득점-도움 대결은 없었지만 경기 종료까지 치열하게 치고받는 명승부였다.

결과에서 보여주듯 홈팀 수원이 잃은 게 더 많았다. 패배 원인부터 그랬다. 후반 16분 수원 수비수 곽광선이 고요한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몸을 던져 걷어내려다가 공이 굴절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곽광선의 실책성 플레이도 아닌, 억세게도 운이 없던 장면이었다. 수원은 2016년 FA컵 결승(수원 우승) 이후 올시즌 3차례 슈퍼매치에서 1무2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2016년 K리그에서도 2무1패로 이긴 적이 없었다.

더 큰 악몽은 간판 해결사 조나탄의 부상이다. 조나탄은 전반 41분 상대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오른 발목을 다쳐 45분 산토스와 교체됐다. 일단 심한 타박상으로 보이지만 14일 지정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리그 19골로 득점 선두인 조나탄의 부상이탈은 청천벽력이다. 결국 9일 FA컵 8강 상주전(2대1 승)에서 연장까지 126분간 혈투를 벌였던 여파가 엄습하면서 수원으로서는 근래 최악의 슈퍼매치가 된 것이다.





그래도 어떤 절망에도 희망은 존재하는 법. 뼈아픈 슈퍼매치 속에서 찾은 전화위복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선수단의 '믿음 조직력'이다. 이는 서정원 감독과 곽광선의 간접 대화에서 잘 나타났다. 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곽광선의 자책골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축구다. 곽광선은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잘하고 있다. 의기소침 할 필요 없다"고 되레 격려했다.

곽광선은 "팀 동료와 팬들께 너무 미안하다"면서도 "감독님이 경기 막판 포백으로 전환할 때 나를 뺄 거라 생각했는데 끝까지 뛰게 해주셨다. 앞으로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서 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경기 막판 전술 번화 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선수의 마음을 산 것이다. 사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더 컸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절실했던 수비수 보강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장 로테이션할 형편이 안되니 곽광선-양상민을 제외하고 FA컵 8강전서 126분을 뛰었던 매튜와 구자룡을 슈퍼매치에 선발로 기용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선수단이라도 뭉쳐야 한다. 서 감독과 곽광선의 덕담 주고받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슈퍼매치는 서로의 믿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 희망 요소는 다시 찾아온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의 열기'다. 이번 슈퍼매치의 총 관중은 2만6581명.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슈퍼매치(3만4376명)에 이어 올시즌 한 경기 최다관중 두 번째다. 지난 6월 18일 수원의 종전 최다 관중(슈퍼매치 2차전·2만140명)에 비해서도 30% 이상 급증했다. 6월보다 한층 짜증스런 폭염 더위에 휴가철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관중 증가다.

수원은 상반기 관중 중간결산까지만 해도 평균 7000여명에 그치자 주위에서는 "리그 성적은 작년과 반대인데 관중이 더 줄었네? 역시 한 번 빠져나간 관중은 무섭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 우려를 조금씩 씻어주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슈퍼매치 3차전이다. 수원은 비록 패했지만 여전히 선두 추격권이다. '가을축구'가 다가오는 만큼 떠난 손님이 돌아올 것이란 희망도 커지고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