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의사는 갑, 간호사는 을이다. 어느 진료부서에서 일하든 간호사는 의사의 '오더'를 받아서 처리하며 환자 진료를 보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병원에는 의사들에게 '부탁'을 받으면서 목에 힘을 주고 근무하는 간호부서가 하나 있다. 병원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정맥주사(IV)팀'이다. IV팀은 정맥주사를 수도 없이 놓아 본 고참 간호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눈 감고 주사바늘을 던지면 혈관에 꽂힌다"고 농담하는 수준이다.
입원환자는 누구나 팔뚝 혈관에 링거액이 연결된 정맥주사를 맞는다. 언제든 필요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IV라인을 확보한다"고 하며, 정맥주사를 놓는 '행위'는 "IV를 잡는다"고 한다. 정맥주사는 일반적인 근육주사와 놓는 방법이 다르다. 근육주사는 수직으로 찔러 넣는 반면, 정맥주사는 혈관벽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15도 이하의 낮은 각도로 비스듬히 밀어 넣어야 한다. 사람마다 혈관 생김새와 두께, 위치 등이 다르기 때문에 IV는 여러 번 연습해서 숙달되지 않으면 쉽게 잡을 수 없다.
대학병원마다 IV 업무를 의사가 담당하기도 하고, 간호사가 담당하기도 한다. 문제는 의사가 IV를 주로 담당하는 병원에서 생긴다. 이런 병원은 대부분 인턴이나 초년 레지던트가 환자의 IV를 잡는데, 미숙한 초보 의사가 IV를 잡으면 팔뚝이 아프고 피멍이 들기 일쑤다. 혈관 상태가 나쁜 노년층이나, 혈관이 작고 미숙한 영유아는 주사바늘을 찌를 만한 자리를 찾아서 정확히 찔러 넣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정맥주사바늘은 투입해야 할 약물의 성질에 따라서 굵기가 다른데, 굵은 바늘을 얇은 혈관에 찔러 넣는 것은 '고난도 기술'이다. 영유아를 울리거나 자극하지 않으면서 살짝 주사를 놓는 것은 '최고난도 기술'에 속한다.
아무튼, 병실에서 환자의 IV를 시도하던 의사가 계속 혈관 확보에 실패하면 결국 'IV팀'에 'SOS'를 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난' IV팀 고참 간호사가 단번에 환자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아 주고 젊은 의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