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깜짝파티, 감흥은 달랐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21일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합숙훈련 중이라 평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과 함께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환호와 함께 촛불 케이크가 등장한 것.
이날 김 감독의 생일을 맞아 선수들이 몰래 준비한 깜짝 생일파티였다. 주장 김성환이 케이크를 마련했고 이명재가 선수를 대표해 이를 전달했다.
구단도 미리 미역국을 준비토록 했고, 구내식당 어머님들(식당 아주머니 직원을 일컫는 울산 선수들의 호칭)은 '김도훈 감독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미니 입간판을 만들어 배식 테이블에 장식했다.
때마침 식사시간이라 생일상도 푸짐했다. 22일 중복을 맞아 장어덮밥 특식이 주메뉴인 가운데 반계탕이 국물요리로 곁들여졌다. 먼 강원도 평창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의 원기회복을 위해 준비했던 특식이 '일석이조'가 된 셈이었다.
분위기는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울산은 이전 강원과의 22라운드에서 1대0 쾌승을 거두며 3연승, K리그 최초 팀 통산 500승 기록까지 달성한 터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김 감독은 자신만 모른 채 치밀하게(?) 준비된 생일파티에 깊은 감동에 빠졌다. 언제 이렇게 마음 편하게 생일 축하를 받았는지 기억이 가물했기에 감동은 두배였다.
특히 1년 전 생일을 떠올리면 김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웃음도 나온다. 묘한 인연이 점철된 같은 생일, 다른 감흥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작년 7월 21일 인천을 이끌 때 경주 현대호텔 숙소에서 인천 선수들로부터 생일 케이크를 받았다. 깜짝 생일파티를 선사받은 김 감독은 이튿날 답례로 냉커피를 돌리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고 그 때 그 장면을 찍을 사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경주에서 생일축하가 벌어진 이유는 인천이 울산-포항 원정 2연전을 맞아 캠프를 차렸기 때문이다. 작년의 깜짝 생일파티도 올해처럼 분위기 좋았다. 7월 20일 치른 경기서 3경기 만에 승리(3대1)를 신고했다. 당시 11위에서 고전하던 인천으로서는 천금같은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그 때 인천에 패해 김 감독의 생일파티를 더 즐겁게 해준 팀이 울산이었다. 울산으로서는 홈경기 6연승을 달리다가 인천에 덜미를 잡힌 뼈아픈 기억이었다.
돌고 도는 인생사와 다를 바 없는 프로의 세계에서 김 감독은 이제 울산에서 생일상을 받았다. 제자(선수)들이 준비한 깜짝 생일상이란 점은 같다. 작년엔 '울산을 울린 뒤 유쾌한 생일상'이었다면 올해는 '울산을 웃게 한 뒤 더 유쾌한 생일상'이라는 게 다른 점이 달랐다.
또 묘한 인연이 있다. 22일 울산의 상대가 인천이었다. 울산은 인천에 1대1로 비겼다. 인천은 올해에도 '통산 500승 기념잔치'를 하려던 울산에 소금을 살짝 뿌리고 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