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그러들 것 같았던 타고투저 현상이 전반기 막판 다시 심화되면서 후반기에도 난타전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기 10개팀 전체 팀타율과 팀평균자책점은 각각 2할8푼6리, 4.98이다. 지난해 이 수치는 2할9푼과 5.17이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비디오 판독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질높은 경기를 유도하려 했던 KBO의 방침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실패나 다름없다. 투수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시즌에는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1위는 2.81을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2.86),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2.93),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2.95) 등 4명의 투수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박세웅의 경우 1점대를 꾸준히 유지하다 전반기 마지막 3차례 등판에서 19이닝 동안 13점을 허용하며 2점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라이언 피어밴드도 지난 6월 21일 롯데전에서 5이닝 동안 6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나빠졌다. 반면 장원준은 3점대에 머물던 평균자책점을 전반기 마지막 5경기서 4승에 34이닝 동안 8실점의 호투를 이어가며 2점대로 낮추는 기염을 토했다. 해커 역시 전반기 막판 3차례 등판서 완투승을 포함해 23이닝 5실점으로 잘 던지며 2점대로 끌어내렸다.
박세웅과 피어밴드가 하락세, 장원준과 해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4명 모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꾸준히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3점대 초반을 마크중인 LG 트윈스 차우찬(3.07)과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3.16)도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낮추기 위해서는 후반기 더욱 뜨거워질 타자들의 방망이를 압도해야 한다.
역대로 3점대에서 평균자책점 타이틀이 결정된 시즌은 두 번 있었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 바워스가 3.01, 2014년 삼성 라이온즈 밴덴헐크가 3.18로 각각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14은 전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5.21로 역대 최고 시즌이었다. 올해도 후반기에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된다면 세 번째로 3점대 평균자책점 1위가 나올 공산이 높다. 물론 투수들 각자의 컨디션에 달린 문제이기는 하다.
'장외' 평균자책점 1위인 KIA 임기영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임기영은 전반기를 1.72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쳤다. 그는 지난 6월 8일 폐렴 증세로 1군서 말소될 때까지 꾸준히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이 부문 선두 다툼을 벌였다. 한 달여간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임기영은 지난 11일과 13일 경기에서 구원으로 각각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평균자책점을 더욱 끌어내렸다.
임기영은 전반기에 78⅓이닝을 던졌다. KIA 투수들의 규정 투구이닝은 85이닝이다. 임기영은 6⅔이닝이 부족하다. 하지만 임기영은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기 때문에 다시 1군서 제외되지 않는 한 규정이닝을 채우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 현재 규정이닝을 넘긴 2점대 4명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임기영을 비롯한 각 팀 에이스들이 '3.00' 미만에서 평균자책점 경쟁을 펼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